외국인은 끊기고 내국인은 못받고… 시름 앓는 ‘공유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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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고사 위기

여행 줄며 예약문의 실종
국내 공유숙박 검색 지수
8개월만에 6분의 1로‘뚝’

“3개월치 월세마저 못내
내국인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완화를”

“은퇴 후 아파트에 방 하나를 내어주고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벌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완전히 끊기고 내국인은 불법이라 받을 수 없어 생활에 어려움이 큽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부인과 함께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왔던 한모(80)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1월 말부터 수입이 없어졌다고 8일 이같이 토로했다. 한 씨는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아 외국인 관광객이나 인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왔다. 미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주말에 지속적으로 찾아 월평균 고정 수익이 50만 원 정도였다.

한 씨는 “바쁠 때는 방 하나를 더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예약 문의 자체가 아예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면서 “임시로라도 한국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공유 숙박업 운영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 내 공유숙박 수요를 반영하는 구글 트렌드에서 ‘Korea Airbnb’ 검색 지수는 지난 1년간 가장 관심도가 높았던 2019년 7월 셋째 주(14∼20일)를 100으로 놓고 보면, 가장 최근인 3월 마지막 주(3월 29일∼4월 4일)의 경우 무려 15로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내국인 대상의 영업이 불가능하고 정부의 여행업계나 자영업자에 대한 각종 코로나19 피해 지원에서도 제외되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상으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등은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외국인만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국내 공유숙박업체 ‘위홈’의 내국인 숙박이 가능해졌지만, 연 180일 제한과 서울 지하철 1∼9호선 1㎞ 반경 이내, 연 면적 230㎡ 미만 주택 및 아파트 등 제약이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공유숙박 운영자들은 코로나19 비상사태 등 국제 변수가 생계를 좌우할 정도로 큰 만큼 내국인 영업 불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관광이 회복되기까지는 내국인 관광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호스트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 강남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여·38) 씨도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없어지면서 3개월 치 월세를 못 내고 있다. 정 씨는 “소득이 아예 없어져 생활비는 일단 신용카드로 쓰고 있고, 월세는 이 사태가 빨리 해결이 안 되면 보증금에서 제할 수밖에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면서 “내국인을 받기 위해서는 관광펜션업 등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주택이 아닌 상업 시설을 갖춰야 해 사실상 전환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국인의 국내여행 수요는 코로나19에도 봄철을 맞아 다소 회복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여행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향후 3개월 내 여행 계획이 있는 이가 해외여행의 경우 지난해 3월 36%에서 올해 3월 16%로 급감한 반면, 국내 여행은 67%에서 57%로 10%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향후 1년간 관광·여행비를 얼마나 쓸지에 대한 여행비 지출 의향 지수도 3월 기준 국내여행이 27, 해외여행 25였다. 국내여행 지출이 해외여행 지출에 앞선 것은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감염병 예방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고사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 및 지역경제를 위해 내국인의 국내여행을 활성화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그래야 외국인의 국내여행이 다시 시작될 때 여행 산업 부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공유숙박을 내·외국인 구분해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면서 “큰 위기를 맞은 지금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풀고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