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에 ‘코로나 책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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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에선 中 코로나 은폐 겨냥
수조 원대 피해 보상 집단소송
중국發 유사 위기 막을 고육책

文정부의 과도한 중국 감싸기
확산 방조 책임 자초할 가능성
정략 계속 앞세우면 국익 자해

자고 일어나면 세계 각국에서 몇만 명이 새로 감염됐고 몇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부터 접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지옥문에 들어선 듯하다. 세상이 스티븐 킹 공포 소설처럼 변했다. 킹은 최근 “내 소설 속에 갇힌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미국이 중국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되면서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섰고, 6만 명 이상 희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감염자가 폭증하는 일본의 한 지인은 “하루하루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며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초 우한(武漢)의 코로나 발생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응했더라면 국지적 재난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비밀주의와 관료주의로 인해 글로벌 재난으로 비화하면서 우리 모두가 소설 아닌 진짜 현실의 공포 속으로 빨려들었다.

코로나19 전투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은 그 책임부터 따지기 시작했다.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 네바다주에서는 중국 정부의 정보 은폐로 수백만 명이 경제적 피해를 봤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보상해야 한다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보상 요구액은 수십억에서 수십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각국의 연쇄 제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벌써 인도변호사협회도 유엔 인권이사회에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는 1976년 제정된 외국 주권 면제법을 들어 성립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정보를 은폐한 책임이 명백하고 이로 인해 미국인들이 9·11테러 때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본 만큼 예외적 법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반중 여론이 높아지고 의회에서도 초당적으로 중국 비판론이 제기되는 것을 볼 때 법원이 신속하게 중국 정부에 보상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폭스 뉴스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인 1만 명의 집단 소송을 집중 조명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정교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중국 책임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공산당의 정보 은폐와 권력 유지라는 맹목적 속성이 중국과 세계 전체를 순식간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입증해줬다. 중국 공산당이 변하지 않는 한 중국발(發) 제2, 제3의 위기가 발생해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 뻔하다. 이미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생 및 대응 과정 때 공산당의 권위 유지를 최우선시했던 것처럼 고비를 넘긴 뒤엔 마스크 기부 등에 나서며 책임 모면 행보를 하고 있다. 중국 소송전으로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다. 코로나 신냉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 큰 재난을 피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중국을 책임 있는 국가로 변화시키는 데 약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후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 편에 섰다. 중국인 입국 금지도 후베이(湖北)성으로 한정했다. 그러다 사망자가 200명을 넘은 뒤에야 단기 비자 효력중지 형식으로 중국인 입국을 제한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중국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한국이 바이러스 확산 방조 책임을 덤터기 쓸 수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SNS에 “국제사회에서 한국도 제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문 정부가 코로나19 저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세계 확산을 방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대응 전략을 짜기에 앞서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감염원을 전면 차단하지 않은 이유가 중국의 왜곡된 정보를 순진하게 믿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외교적 이유 때문인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코로나19 아시아 최대 피해국인 만큼 중국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4·15총선 승리에 집착해 정책 오판을 숨기고 진단·방역 성과만 자랑하다간 코로나 확산 책임까지 중국과 함께 나눠야 하는 국가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