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또 표류… ‘北 급변’ 韓·美 준비태세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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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제안 거절’

韓, 당분간 새로운 제안 않기로
코로나·大選 등 다급한 트럼프
韓에 곧 수정안 제시할 가능성
주한미군 카드 다시 꺼낼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한·미가 잠정 타결했던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합의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SMA 협상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설에는 선을 그었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이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협상 장기화에 따른 한·미 방위태세 약화 가능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SMA 협상과 관련해 “한국 측이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일정한 금액’은 한·미 실무진이 지난 3월 합의한 ‘10%+α’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분담금 13% 인상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 측에 “큰 비율을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미국 측이 어떤 수정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수차례 “공정한 합의”를 언급한 만큼, 현행 30억∼40억 달러 수준의 기존 안을 유지하거나 최소 20%대 인상안을 수정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꽤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 측이 속도감 있는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SMA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한국 측은 잠정 타결안이 결렬된 만큼, 당분간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어서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여전하다. 여기에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만큼, SMA 협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판단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 잠정 타결안을 미측 협상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가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은 미국 측에 넘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3월 이후 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SMA 협상 장기화가 한·미 동맹 균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정부에도 부담이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 장기화도 한·미의 대북 군사안보 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설을 다시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정부도 연말까지 SMA 공백 사태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큰 비율”의 인상을 위한 한국 압박용 카드로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외교가는 판단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