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스타’ 식당마저 폐업시킨 코로나 불황

임차료 부담에 손님마저 ‘뚝’
서울 유명식당 19곳 문닫아

외식업 위기에 ‘하늘의 별따기’로 불릴 만큼 받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쉐린가이드 별 등급 식당도 폐업 위기를 면치 못했다. 자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자 2년여 만에 가이드에 오른 서울 지역 식당 중 19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미쉐린가이드에 따르면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이 시작된 2017년 편부터 2018년, 2019년, 2020년 등 4년 연속으로 별 1개 등급을 받은 서울 종로구의 ‘다이닝 인 스테이스’가 지난 3월 말로 영업을 종료했다. 2020년 최신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더는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쉐린가이드의 별 등급은 1∼3개까지로 △요리 재료 수준과 맛의 조화 △요리 기술 수준과 창의성 △맛의 완성도 △가치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부여된다. 서울은 총 30여 곳의 식당만 이름이 올라있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도 있어 별 등급 식당이 문을 닫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8년 편에 소개된 별 등급 24곳, 합리적인 가격의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빕구르망’ 식당 48곳 등 총 175개 식당의 현재 운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2년 6개월여 만에 19곳이 문을 닫았다. 국내 외식업의 수명이 해외와 견줘 그만큼 짧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020년 편에도 선정된 강남의 인기 이탈리안 식당 ‘뚜또베네’도 최근 휴업했다. 역시 2020년 편에 소개된 ‘팔레드고몽’ ‘뱀부하우스’ 등도 문을 닫았다. 모 식당은 강남구 청담동에서 임차료 부담으로 지난해 신촌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올해 들어 결국 폐업했다. 아직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한 일식당 관계자는 “좋은 재료를 쓰는 데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평소 많은 이익을 내지 못했는데 손님이 뚝 끊겼다”며 “더는 신선한 재료를 유지하기 어렵고 임차료도 감당할 수 없어 곧 휴업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식 가이드인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들마저 존폐를 고심할 만큼 국내 외식업이 대형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서울 시내 1700여 곳의 식당이 폐업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1∼3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었다는 업체가 조사대상 600곳 중 95.2%, 감소율은 65.8%에 달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