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시대 바이러스보다 탐욕·증오·무지가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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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獨언론과 인터뷰

“책임 다른 나라에 전가하며
소수민족·종교 비난 두려워

디지털 방역감시 지나치면
전체주의 체제 나타날수도
진실 분별하는 능력 길러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사진)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다”라며 “정말 큰 문제는 우리 내면에 있는 악마, 증오, 탐욕, 무지”라고 경고했다.

22일 하라리 교수는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의 역사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21세기 역사의 전환점으로 볼 것”이라며 “어느 쪽으로 돌아서는지는 우리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류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도구를 가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 위기 상황에 세계적 연대가 아닌 증오로 반응하고 다른 나라에 책임을 전가하며 소수 민족과 종교를 비난하는 게 바이러스보다 더 두렵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증오보다는 연민과 세계적 연대로 대응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라리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체주의의 등장 가능성을 경계했다. “방역을 위한 디지털 감시 체제가 지나칠 경우 전체주의 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하라리 교수는 해법으로 “대중이 전염병을 두려워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면 독재자가 등장하기 쉬운 반면, 대중이 그런 정치인에 반발한다면 위험한 사태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대중의 압력에 반응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하라리 교수는 “정부가 시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만큼 정부에 대한 시민의 감시도 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아직 통제할 수 있다”며 “정책을 만드는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투표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정치체제에 통제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라리 교수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며 사실과 음모론을 구별할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생물학 박사 학위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확산에 관한 음모론을 제기한다면 그에게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질병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가 일단락되면 학교가 과학 교육에 신경 써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과학자를 시민과 단절된 엘리트라고 공격하며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며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생태붕괴에 관해 경고할 때에도 전염병에 대한 진단을 듣는 태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