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성추문’ 상대는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이었다

신분 불안정한 젊은 여성 대상
집무실 부르고 단독식사 제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및 성추문 피해자는 모두 신분보장이 불분명한 비정규직 젊은 여성이거나 사회 초년병인 사회적 약자들로 알려졌다. 또 지금까지의 과정을 종합해보면 오 전 시장의 이번 성추행 사건은 술자리 등에서의 우발적 충동범죄가 아니라 힘이 약한 하급직 피해 여성에 대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이달 초 업무보고가 아닌데도 사적으로 피해 여성을 시장 집무실로 불러냈다. 회의와 외부인사 접견, 행사 등은 모두 시장 접견실에서 이뤄지고, 바로 옆 집무실은 사적 공간으로 분류된다. 오 전 시장은 이곳으로 피해 여성을 은밀히 불러 이 여성의 거센 저항에도 강제추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의 폭로로 알려진 다른 피해 여성도 계약직이었다. 오 전 시장은 이 여성에게 여러 차례 단독 식사를 제의하는 등 추근거려 이 여성이 부산시청을 그만두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에도 부산시청 및 산하기관의 용역직원 10여 명과 회식자리에 참석했지만 남성들은 주로 다른 테이블에 앉고 젊은 여성직원 2명과 1명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면서 비난을 샀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근 오 전 시장의 또 다른 성추행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자로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작성된 이 단체의 고발장에는 “오 전 시장이 지난해 초 여성 공무원을 관용차로 불러 5분간 성추행했다”며 “피해 여성이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일자리를 구해주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까지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본격수사에 나선 경찰은 오는 29일 오후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진술을 듣기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다.

한편 현재 피해 여성에 대한 심리보호와 전반적 대응을 하고 있는 부산 성폭력상담소의 이재희 소장이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3일 부산시의회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회견을 가진 적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친여성향인 이 소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 전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관여하고, ‘4월 말까지 시장직 사퇴’를 약속한 공증서류도 현 정권과 관련 있는 ‘법무법인 부산’이 맡은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