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공공의 민간시장 개입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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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산업부 차장

스포츠에서 심판이 경기에 개입하면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스포츠의 재미는 물론, 스포츠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판들은 공정성과 공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외계인 심판’으로 불리며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하는 ‘올해의 심판’에 5년 연속 선정됐던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심판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 AC밀란 협찬사인 자동차 회사 오펠(OPEL) 광고에 출연한 것이 문제가 되자 “규칙 준수는 심판에게 절대적이며, 나도 그랬어야 했다”며 옷을 벗기도 했다.

최근 배달 앱 ‘배달의 민족’(배민)의 수수료 개정이 논란이 되자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 관련 단체들이 너도나도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겠다고 나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 배달 앱 개발을 공식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불쏘시개가 됐다. 위험한 발상이다. 마치 선수들의 반칙이 난무한다며 심판이 직접 경기에 뛰어든 격이다. 공공 부문의 시장 개입은 도로나 철도와 같은 공공재처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힘든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 시장경제 생태계가 위협받게 된다. 대형마트가 골목시장 상권을 위협한다고 지자체가 직접 대형마트를 차려 운영할 수 있는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갑질이 심각하다고 해서 정부가 직접 프랜차이즈를 설립해야 하는가. 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감독하는 부처에서 공정히 조사해 ‘일벌백계’하면 된다. 배달 앱이 과연 철도나 도로 같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예산과 정책 지속성 여부도 문제다. 그나마 성공하고 있다는 군산시의 공공 배달 앱 ‘배달의 명수’는 초기 개발 비용 1억3000만 원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군산시가 내년 예산에 책정한 ‘배달의 명수 온라인 종합 배달 앱 구축 사업’ 예산은 무려 19억3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배달업계에서는 공공 배달 앱이 민간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할인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며 ‘사업 영속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용자가 늘면 늘수록 비용도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소비자는 냉정하고 정확하다. 단돈 10원이라도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찾아가게 돼 있다. 사업을 책임지고 주도해 갈 CEO가 없는 공공사업이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지자체가 여야 정권교체라도 된다면 이전 정부 사업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공공 앱이 성공한 사례도 찾기 힘들다. 서울시가 내놨던 ‘S택시’는 시행 한 달 만에 중단됐고, ‘제로페이’는 민간 기업들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실적이다.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2019년 공공 앱 성과측정 결과, 지자체 운영 공공 앱 322개 중 206개가 개선 및 폐기 권고를 받았다.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배달 앱 시장 진출은 시장 진입에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민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배민의 시장 독점 논란과는 별개로 지자체들의 민간 시장 개입은 시장경제 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에 휘둘려 시장경제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