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전력 공급불안·요금인상 대책 미룬 채…‘묻지마 탈원전’ 가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에 위치한 하동석탄화력발전소.

■ 5개월 미뤄 발표한 ‘전력계획’… 文정부 기조 밀어붙이기

생산변동 큰 新재생 고수하면서
석탄발전 더 줄여 LNG로 대체
국제유가 반등 땐 비용증가 뻔해
요금인상 이어지면 국민만 고통

해를 넘겨 겨우 밑그림이 공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은 ‘원자력 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겠다는 전략을 뼈대로 한다. 신재생에너지나 LNG의 수급 불안정성, 비싼 발전 단가로 인한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미뤄둔 채 집권 후반기에도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탈(脫)원전 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8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 워킹그룹(실무 작업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예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구성) 전환 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 위원회 역시 “8차(2017~2031) 계획이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본 틀을 정립했다면, 9차는 석탄을 줄이고 LNG를 늘리는 친환경 발전 전환 가속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여당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후 나온 첫 에너지 관련 계획으로, 애초 지난해 말까지 나왔어야 하지만 5개월이나 지연됐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등 민감한 문제를 수반하고 있어 정부가 고의로 공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 역시 원전·석탄에서 신재생·LNG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전력 공급 안정성, 요금 인상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에너지 전환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1㎾h당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전(60.76원), 유연탄(78.97원), 신재생(90.03원), LNG(103.67원) 순으로 원전이 압도적으로 낮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LNG 가격이 떨어졌지만 언제 반등할지 알 수 없다. 기후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생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수입에 의존하는 LNG를 늘릴 경우 유가 변동에 따른 에너지 수급 안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신재생과 LNG 비중이 커지는 데 따른 비용 증가와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우선 전체 전력 수급 틀의 근거가 되는 전력 수요 전망을 통해 2034년 최대 전력 수요를 104.2GW로 예상했다.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은 1.0%로 봤다. 문재인 정부 첫 전력수급기본계획인 8차 때(1.3%)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당시 “탈원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전력 수요를 줄이고, 예비 설비도 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 아니냐”며 반발이 거셌는데, 이번 계획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발전원별 설비계획을 보면 석탄 발전의 추가 감축이 두드러진다. 2018년 ‘온실가스 감축 수정 로드맵’에 따라 제시된 목표치를 이행하기 위해 8차 때 나온 10기에 더해 석탄 발전을 14기 더 폐기한다. 2034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되는 석탄 발전을 폐기키로 하면서 석탄 발전 60기 중 총 30기가 문을 닫고, 이 중 24기는 LNG로 대체된다. 원전은 2024년 26기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축소돼 2034년 17기로 줄어든다. 신재생에너지는 2034년까지 62.3GW의 신규설비를 확충하고, 석탄 발전 대체 등에 힘입어 LNG는 41.3GW에서 60.6GW까지 증가한다. 이에 따라 석탄과 원전 발전 비중은 2020년 각각 27.1%, 19.2%에서 2034년 14.9%, 9.9%로 절반으로 줄어든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15.1%에서 40%로 늘고 LNG는 32.3%에서 31.0%로 유지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