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인가, CF인가… ‘더 킹’ 노골적인 PPL 눈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방송된 SBS ‘더 킹:영원의 군주’는 특정 커피 브랜드(왼쪽 사진)와 김치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노출해 빈축을 샀다.

320억 투입된 김은숙표 작품
10개 넘는 협찬사 대놓고 광고
30초간 커피 칭찬 늘어놓기도
호화 캐스팅에도 시청률 8%대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화제 드라마 SBS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지나친 PPL(간접광고)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알 듯 모를 듯 노출되는 PPL이 아니라 대놓고 상품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으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평행세계’라는 낯선 소재와 톱스타 캐스팅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며 2회에서 11.6%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어느새 8%대로 떨어졌다.

9일 방송된 8회에선 노골적인 PPL 장면이 무려 5회나 등장했다. 첫째는 캔커피 ‘조지아 크래프트’.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이 정태을(김고은)과 전화 통화 중에 갑자기 조지아 크래프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영이(우도환)가 골라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해”. 약 30초가량 지속되는 데 아예 한 편의 커피 CF 같다.

둘째는 청정원 ‘종가집 김치’. 정태을과 장미카엘(강홍석)이 잠복근무 중에 차 안에서 라면과 김치를 먹을 때 장미카엘이 김치 봉지를 카메라 앞으로 내민다. 브랜드와 상품명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술 더 떠 김고은이 한 입 먹은 뒤에 “아, 시원해 장미(카엘) 김치 좀 먹을 줄 아네”라고 말한다. 곧이어 정태을이 난데없이 멀티밤을 입술과 볼에 찍어 바른다. 그 모습을 본 장미카엘이 “그 신문물은 뭔데 얼굴 입술 다 바르시냐”며 놀라자 정태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애들 앞에서는 멀티밤도 못 바른다더니…너 가져, 이거 하나면 다 돼”하며 또 제품을 클로즈업한다. 멀티밤은 김고은이 모델인 화장품이다.

넷째는 흑당 버블티 ‘더 앨리’. 카페에서 나리(김용지)가 이곤과 정태을에게 더 앨리를 잘 보이게 가져다주며 “젓지 말고 그대로 한 입 쭉 먹고 달콤함을 느낀 후에 저어 드세요”라고 먹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다섯째는 이민호가 모델인 뷰티 마스크 셀리턴. 대한제국의 총리 구서령(정은채)이 사용 중인 모습이 꽤 오래 비친다.

이 밖에도 BBQ 치킨, 삼성전자 휴대전화, 영국의 슈퍼카 애스턴 마틴, 정관장 에브리타임 등의 노출은 거의 ‘애교’ 수준이다. 모두 이 드라마의 제작협찬사다. 10개가 넘는다.

PPL은 최근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되고 있기는 하다. 스타 캐스팅과 제작 환경의 변화로 치솟은 제작비를 보충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더킹: 영원의 군주’도 회당 약 20억 원씩 총 320억 원(16부작)의 거액이 투입된 탓에 PPL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도를 지나쳤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최근엔 제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클로즈업도 모자라 배우들의 대사 중에 홍보성 멘트를 삽입하는 수준이라 귀에 거슬리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히트메이커이기도 하지만 PPL을 무리하지 않게 잘 소화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세련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는 시대극임에도 불구하고 파리바게트를 ‘불란셔제빵소’라고 위트 있게 작명해 오히려 볼거리를 더 주고 화제를 만들었다. 광고주가 좋아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엔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그램 게시판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본 건지 광고를 본 건지…작가나 연출자가 반성하시길” “PPL 좀 작작합시다. 한 회 분량에 3분의 2가 광고, 보다가 욕 나왔네” “더킹 영원의 군주가 아니라 광고의 군주”라며 비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