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동 킥보드는 이륜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대상”

관련 상품없어 아직 처벌 못해
음주 운전 행위에는 집유 3년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의무보험 가입 대상인 ‘자동차’(이륜차)에 해당한다는 사실상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전동킥보드 소유자와 관련 사업자에게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판사 박원규)은 술을 마신 채 킥보드를 몰다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위험운전치상 등)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전동킥보드 운전 업무에 종사하던 지난해 10월 9일 서울 금천구의 한 도로에서 피해자 B 씨와 부딪혀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운전 당시 술에 취해 있던 상태로, 혈중알코올 농도가 0.180%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또 지난 3월 8일에서 금천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코올 농도 0.092%의 상태로 승용차를 500m가량 운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되고 리튬-이온전지에 의해 전원을 공급받는 스트레이트 모터에 의해 구동돼 육상에서 1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용구”라며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아직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 상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인지에 관해서는 그간 해석상 다툼이 있어왔다.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는 대체로 의무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반면, 검찰은 의무보험 가입대상으로 보면서도 관련 상품이 없는 점을 감안해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왔다. 앞서 일부 법원 판결에서 ‘전동킥보드는 의무보험 가입대상임’을 전제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전동킥보드의 의무보험 가입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