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금태섭 징계 ‘의원 양심’ 짓밟는 不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헌법 제46조 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조항과 국회법 제114조의 2에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조항이 왜 명문화돼 있을까?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지 못할 경우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적 수식어가 ‘거수기 국회’다. 여당 의원은 대통령의 뜻에 무조건 따른다는 의미와 함께 야당 의원 역시 정당 보스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의원들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투표를 뒷받침하려는 제도 개혁이 있었다.

제16대 국회부터 전자 표결 방식이 도입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찬반이 공개되고 의원들은 자신의 투표 결정에 책임을 지게 됐다. 전자 표결에 따른 기명식 투표로 인해 의원들의 소신 투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의원들은 자신의 투표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분이 더 우세했다. 제17대 총선부터 정당들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했는데, 그 목적은 정당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틀 속에서 더 이상 공천권을 무기로 정당 보스가 의원들을 통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상향식 공천제도를 통해 의원들이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지역구 주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제도 개혁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3년 4월 이라크전쟁 파병 동의안과 2004년 2월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당 소속이지만 두 번 모두 반대투표를 한 의원이 9명이나 된다. 파병에 반대하는 투표를 한 여당 의원들이 징계를 받거나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었다. 야당인 한나라 소속 의원들 중 3명도 당론과 배치되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당론을 따르지 않은 투표에 대해 의원의 이념적 소신을 존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헌법과 국회법에서 정한 대로 양심에 따라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이 소속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아마도 징계 명분은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 것이 괘씸죄로 징계에 한몫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표결 찬성을 강제당론으로 결정한 상황에서 금 전 의원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했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고 다음 총선까지 넉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표결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당당하게 표결에 참석했다. 사실, 금 전 의원은 법안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경우 반대도 아닌 기권을 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원내 지도부에 전했다고 한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가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경직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내부적 관용 수준이 이처럼 낮다면 초선 의원들은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야당에 대한 관용성은 더 낮을 것이며 타협이 실종된 여당 독주의 국회가 우려된다.

국회법 제114조의 2의 자유투표 조항은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강제 당론은 위법적 개념이다. 금 전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강령에 적시한 것처럼 다양성과 다원성이 반영된 정치 개혁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