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단점 이겨낸 연주 노하우… 학생들 교육할 때 강점 됐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희영은 “제가 첼로 음악에서 얻은 기쁨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 스튜디오 밥(bob)

■ 레슨북·앨범 낸 첼리스트 임희영

외국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후배들과 나누고 싶어서 출간

美·佛·獨서 원 없이 음악공부
이젠 동양에서 자리 잡고 싶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에서 공부하고 콩쿠르와 연주회 등에서 경험한 것들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첼리스트 임희영(33)은 첼로 지상(紙上) 레슨북(사진)을 발간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임희영의 지상레슨시리즈 I -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Op. 19’를 펴냈다. 라흐마니노프 곡은 그가 이달 초에 출간한 앨범(‘러시안 첼로 소나타’)에 들어 있는 작품이다.

19일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만난 임희영은 “나이가 많지 않은 제가 레슨북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프랑스 유학 때 모리스 장드롱 등 해외 거장들이 출간한 첼로 레슨북을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또 감염병 사태로 대면 레슨이 쉽지 않은 시기라 빨리 출간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그동안 국내에는 첼로 레슨북이 없었다. 악기를 갖고 대면으로 하는 레슨이 일반적이어서다.

임희영은 올 하반기에 첫 번째 앨범(‘프렌치 첼로 협주곡’)에 수록된 에두아르 랄로 협주곡으로 두 번째 레슨북을 펴낼 계획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명문악단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첫 첼로 수석으로 입단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2018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 중앙음악원에서 한국인 최초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했고, 같은 해 이화경향 콩쿠르에서 입상해 금호영재로 발탁됐다.

“어렸을 때는 음악인을 부모로 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 음악인이 아니어서 저를 닦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았던 측면도 있는 듯해요.”

그는 예원학교 졸업 후 만 15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만 19세에 미국에 유학해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교를 건너뛰고 석사 기간도 짧았는데, 아쉬워요. 지금 같으면 영재 코스를 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모든 과정을 빨리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수석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다시 독일로 가서 바이마르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제가 역마살이 …. 하하. 어렸을 때부터 학구열이 있었던 듯해요. 미국, 프랑스, 독일을 돌아다니며 음악 공부를 원 없이 했지요.”

그동안 국제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며 연주자로서 인정받았다. 2008년엔 소란틴 국제콩쿠르 현악 부문 1위, 미국 시카고 바넷 첼로콩쿠르 1위를 차지했고, 2009년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콩쿠르인 워싱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 2011년 세계 최고 수준 콩쿠르로 평가받는 폴란드 루토스와프스키 국제첼로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다.

그런데 그는 유럽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며 동양인으로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들의 음악을 잘 배워서 동양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눠주며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베이징 중앙음악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그는 요즘 중국 학생들에게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21일 휴가를 내서 설을 지내려고 한국에 왔다가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한 탓이다.

그는 “하나를 가르치면 둘, 셋을 터득하는 학생이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엄청나다고 귀띔했다.

“엄마들이 학생 옆에서 함께 레슨을 들으며 아이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다 살펴요. 어휴∼ 저희 엄마가 그렇게 하면 저는 공부 못할 것 같아요.”

그는 손이 작은 편이어서 어린 시절에 첼로연주가 쉽지 않았는데, 그 단점이 지금은 강점이 됐다고 했다.

“제가 작은 손으로 연주해왔던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손이 작아서 첼로 연주가 어렵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러면 제 손을 한 번 대보자고 하죠. 그러면 대개 저보다 커요. 하하.”

임희영은 차분하고 여린 음성과 달리 연주 색깔은 강렬하다는 평을 듣는다. 감정이 풍부한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 작품으로 두번째 앨범을만든 것은 한국인인 자신의 정서와 통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오는 24일 장애가 있는 예비 음악인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레슨북, 앨범 수익금도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뷰티플마인드’를 통해 이들 학생에게 기부한다.

“제 첫 첼로 선생님이셨던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님이 장애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하신 덕분에 저도 동참하게 됐어요. 앞으로 더 공헌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 재능을 나누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로서 기쁜 일이니까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