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마술 같은 템포·테크닉… “악마에게 영혼 팔아 얻은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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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G현만으로 구성된 작품 작곡
관객 압도한 파격적 무대 연출
활대신 나뭇가지로 연주하기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뮤지컬 곡을 부르거나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클래식 연주자의 옷차림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유자 왕(Yuja Wang)은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의상에 살인적인 높이의 하이힐까지 신고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개릿(David Garett)은 턱시도 대신 질끈 묶은 긴 머리에 청바지와 부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뺨치는 외모의 그는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실제로 이탈리아 출신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1782∼1840)의 곡을 연주하며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판도 상당하다. 고상하게 음악의 사운드에 가치를 두어야 할 연주자들이 현란한 의상과 화려한 쇼맨십으로 명성을 좇으며 관객들을 현혹하려 든다는 것이다.

훤칠하고 깡마른 몸매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신들린 듯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파가니니에게는 괴소문이 파다했다. “그의 바이올린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그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것이다.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그의 바이올린이 뿜어내는 마성에 곧장 사로잡혀 버리고 심지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했다.

클래식 연주자 중에 명인이라 불릴 만한 기교를 갖춘 연주자를 비르투오소(virtuoso)라 부르는데 파가니니야말로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비르투오소라 할 수 있다. 그 이전에는 그 누구도 구사하지 못했던 템포와 테크닉의 연주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묘기나 마술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든 면에 있어 그 이전의 수준보다 월등하게 뛰어났기에 바이올린의 역사는 파가니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파격적이었다. 즉흥적으로 활 대신 나뭇가지를 꺾어 연주를 해 보이기도 했고 바이올린으로 동물소리를 내어 흥미를 유도하며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파가니니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네 개의 현 중 단 두 개의 현만을 사용하는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어느 관객은 “혹시 현 하나로만 연주할 수도 있느냐?”며 도발했고 그는 정말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작품을 작곡해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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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세상은 급변하고 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듯 클래식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이전의 연주자들에 비해 현재의 연주자들이 훨씬 뛰어난 테크닉을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력이 부족해서 대중음악을 연주하고 화려한 비주얼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를 더 완벽히 소화해내고 관객을 압도할 만한 무대 연출을 위해서 파격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 연주자들의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이나 화려하고 과감한 비주얼 경쟁은 머지않은 미래에 ‘뉴 노멀(New Normal)’이 될지 모른다.

안우성 클래식 월담 대표

[ 오늘의 추천곡 ]
24개의 카프리스, 24번 a장조

카프리스는 이탈리아어로 카프리치오(Capriccio)라고도 불리며 ‘변덕스럽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음악에서는 기발한 발상을 옮긴 곡을 뜻한다. 24개의 카프리스는 파가니니 자신의 연주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작곡한 곡이기에 풍부한 악상과 아르페지오(arpeggio), 스타카토, 더블 트릴(double trill), 중음주법(double stops), 왼손의 피치카토 등 그가 구현해 낼 수 있는 모든 테크닉이 전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 24번 a장조가 가장 유명하다. 데이비드 개릿이 연주한 음반을 통해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