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극서 中·러 견제”… 우주 이어 군비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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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외교장관과 회동 뒤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응하고
中의 진출 시도 좌절시킬 것”

자원 매장량 풍부 선점 다툼
‘레드오션’ 전장으로 변질돼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러시아와 중국 움직임에 대처해 북극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북극이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국가의 점유 대신, 인류의 ‘평화적 이용’ 공간으로 남아 있던 북극마저도 우주 공간에 이어 ‘레드오션(경쟁 포화 상태)’ 전장으로 변질하면서 글로벌 협력·연대에도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덴마크를 방문해 예페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과 회동한 뒤 “북극에서 커지는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응하고 중국의 진출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적극적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일간 폴리티켄은 이날 회동에서 중국, 홍콩, 그린란드 등의 현안과 미·덴마크 간 군사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북극해 개발 및 패권을 놓고 공세적 행보를 보여왔다. 지구온난화로 항로 개척이 가능해진 데다, 북극에 자원이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선점하려는 차원이다. 실제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미국과 덴마크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희망 의사를 밝히면서 한때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핵추진 쇄빙선을 포함해 대형 쇄빙선을 최소 3척 이상 건조하고, 알래스카 등 극지방에 총 4곳의 군사기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극 및 남극지역의 국익 보호를 위한 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극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연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북극 인근의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의 코텔리섬과 알렉산드라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군사적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다. 북극권 영토가 없는 중국도 2018년 북극권 정책을 담은 백서를 발표하면서 진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일대에 쇄빙선을 보내고 민간 연구기지를 건설하면서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군사적 이용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중국 기업이 그린란드의 옛 미군기지를 사들이려 했지만, 덴마크 정부가 개입해 거래를 무산시켰고, 2018년에는 중국 국영기업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최종 입찰에 실패하기도 했다. 제임스 포고 미 해군 유럽·아프리카 담당 사령관은 “중국이 최근 북극에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만큼, 나토 가맹국들은 힘을 합쳐 중국의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극에서의 분쟁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곳에서의 갈등이 북극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각국은 혹독한 극지 환경에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