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 HDC수정안 일축… M&A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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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선 “계약이행 촉구할 듯”
금융위 “양측입장 간극 줄여야”

무산 땐 책임 공방 격화할 듯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항공업계 명운을 좌우할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직격탄을 맞고 최대 기로에 섰다. M&A 무산 여부를 최종 확정 지을 수도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와 관련, 3일 오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12주 재실사’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재실사 기간 축소 역제안 카드는 정면으로 일축했다. HDC현산 측도 기간 축소 재실사에 대해서는 ‘부실 실사’가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이어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는 형국이다. 인수금액만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 M&A 딜 계약이 무산될 경우 양측의 책임 공방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HDC현산의 12주 재실사 요구 등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실사 기간 단축 역제안은 사실과 다르다”며 “재실사든 재협의든 서로 협의해서 입장의 간극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산은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채권단 안팎에서는 HDC현산 측에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채권단 측이 기간을 1개월 안팎으로 크게 단축해 역제안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인수가 무산되면 HDC현산이 ‘책임 전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HDC현산 측이 기간 단축 재실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카드가 실제 제시됐어도 실행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재실사에 12주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 터라, 기간을 줄이자는 요청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26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등 채권단 측은 인수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인수를 전제로 한 재실사가 아닌, 인수 포기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러 차례 요구한 대면 협상을 HDC현산이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같은 이유로 풀이하고 있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될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인수 주체가 마땅하지 않아 채권단의 고민도 깊은 상태다. 항공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재실사 기간 단축 카드가 아니더라도 HDC현산 측과 최대한 조율하는 방안을 찾을 듯하다”고 말했다.

곽선미·민정혜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