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OECD 회원국 모두 탐정제도 운영…‘증거 확보’ 등 변호사와 협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설탐정 해외현황과 사례

美, 州경찰이 탐정 관리 · 감독
獨, 자격검증에 국가개입 없어

‘민간조사원’으로도 불리는 사설탐정은 수사의 신뢰성 담보·정보 수집 과정에서의 사생활 침해 논란과 같은 우려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는 제도다. 검경 등 공식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공권력이 도달하기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한국판 셜록 홈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과 경찰청, 경찰학연구편집위원회 논문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4만 명, 일본은 약 6만 명, 독일은 약 2만2300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 밖에 프랑스나 영국에서도 1만 명이 넘는 탐정이 활약하고 있다.

나라별 탐정의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미국의 탐정은 일반 수사기관처럼 직접적으로 범죄나 부정행위를 들여다보거나 증거를 확보하는 일을 담당하는데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사실관계 등을 제시하면서 변호사들을 조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정인의 소재나 행동 정보를 찾는 일을 비롯해 치매 노인 문제와 고독사 증가에 따라 실종자와 관련된 업무도 늘고 있다. 독일의 탐정들은 노동법·시민법에서부터 특정 인물의 혼인관계 및 가족사 등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국가에서는 탐정 자격을 취득하는 절차도 까다롭지 않다.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사 관련 경력이나 3년 이상의 조사보조원 경력이 있으면 탐정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주 경찰이 탐정을 관리·감독한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신고제로 탐정업을 허용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공안위원회가 업종을 감독하는 반면 독일은 국가가 자격 검증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유명인들이 자신과 연관된 사건에 탐정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49)는 태국 동굴 소년 구조에 참여한 영국인 잠수사 버넌 언스워스가 자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자 그의 뒤를 캘 사설탐정을 고용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7월 태국 소년들을 구조하기 위해 소형 잠수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언스워스와 머스크가 서로를 비난하는 막말을 쏟아냈고 이 과정에서 언스워스가 머스크를 상대로 7만5000달러(약 8880만 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미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의 소송 관계인으로 고용된 사설조사관 한 명이 언스워스를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고 보도했지만 사설탐정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쿠아맨’ ‘저스티스리그’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앰버 허드(34)는 전 남편인 배우 조니 뎁(57)의 약점을 잡기 위해 탐정을 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허드 법률팀에 폴 바레시라는 인물이 뎁의 불륜과 악행을 조사하기 위해 고용됐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허드는 뎁과 2015년 결혼했지만 이듬해인 2016년 5월 허드가 뎁을 가정폭력으로 고소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경을 맞았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