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輕항모보다 北 위협 대비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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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 대학원 원장

정부가 10일 3만t급 ‘대형수송함(LPH)-Ⅱ’사업을 F-35B 스텔스기 탑재를 고려한 ‘경(輕)항공모함’ 사업으로 변경, 추진할 계획임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중형항모 2척 실전 배치 및 2척 추가 건조, 일본의 헬기항모 진수 및 경항모 개발,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및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경항모가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 시급히 추진할 만큼 중요한 전력인지는 의문이다. 정말 시급하고 중요하다면 기존 해군의 독도함 및 마라도함(배수량 1만9000t급)을 개량해 수직이착륙 전투기 또는 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모로 운용할 계획을 짰을 것이다. 그러면 시간과 예산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론 우리 해군도 항모 전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변국, 특히 중국의 항모 전력에 제대로 맞서려면 중형항모(6만∼7만t급) 정도는 돼야 하고, 또 그에 부합하는 항모전단도 갖춰야 한다. 항모는 단독작전 수행이 어렵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항모 탑재 전투기·지원기·헬기편대,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 보급선, 병원선 등으로 이뤄진 별도의 호위전단이 갖춰져야 원활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호위전단도 없고, 전투기도 충분히 탑재하지 못하는 경항모는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북·중·일이 보유한 요격 회피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공대함 미사일 한 방이면 격침당하는 쉬운 고가치 표적에 불과하다.

3만t급 경항모는 1척 도입에 5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순수 함정 건조에 1조8000억 원 이상, F-35B 스텔스기 20대 도입에 3조∼4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 야전 배치 후 후속 군수지원비(운용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경항모에 탑재되는 F-35B는 중형항모에 탑재되는 F-35C보다 작전반경 및 무장량도 떨어지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F-35A보다 30% 정도 더 비싼데, 북한의 핵 지하시설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벙커버스터, JADM 장착도 어렵다. 그런데도 경항모를 새로 건조해 보유하겠다는 것은 ‘항모 보유’라는 상징적·정치적 의미 외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경항모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중형항모 도입을 고려하거나, 아니면 다른 더 시급한 전력증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첫째, 북한 및 주변국 위협 대비, 정찰자산을 더 획득하거나 북한 잠수함(정) 위협(70여 척) 대비를 위해 넓은 해역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소탕하는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그리고 잠수함에 의한 기뢰부설 위협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찾아내 제거할 수 있는 소해헬기 전력을 획득하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둘째,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에도 반영됐지만,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 위협에 대비, 원자력 추진체계 잠수함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주변국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억제전력(비대칭전력)으로서의 역할을 가능케 하는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경항모용 활용 목적으로 독도함을 건조했지만, 강습(수송)헬기 전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지금까지도 해군작전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경항모 도입 사업에서 또 답습해선 안 된다. 항모를 갖겠다는 계획을 가졌으면 장기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항모, 특히 중국·일본 항모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항모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