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가 상승세 본질과 ‘빚투’ 모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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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동학개미’로 상징되는 올해의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동학의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지혜로운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선전 선동에 매몰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이후 지난 5개월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약 110% 증가했다. 빚을 내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는 것은 126년 전과 같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치웠고, 코스피지수는 1439.43까지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 주식을 받아냈고, 3월 19일 한·미 통화스와프로 시장이 반전되면서 성공 사례들이 인구에 회자(膾炙)됐다. 그러자 주식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주가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비전문가의 눈에는 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저금리로 인해 같은 수익을 내는 기업의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으니 주가는 상승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강한 규제로 인해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세계적 저금리 현상으로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려들어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는 해석도 솔깃하다. 코로나 사태는 현실적인 경제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고 백신만 개발되면 꿈에도 볼 수 없는 주가 상승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은 현저히 떨어졌다. 상당 기간 실적 부진은 지속된다. 금리가 낮아도 실적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주가는 떨어진다. 2017년 3분기 이후 경기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주가도 조정을 받았다.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 수익률은 경제성장률과 궤를 같이한다. 실적과 유리된 주가 상승은 신기루다.

유동성 증가로 주식시장이 얼마나 부양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주택 거래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용이 창출되고 주택을 판 사람들의 매매 대금은 다시 금융권으로 회귀한다. 금융권으로 들어온 자금은 고객예탁금으로 이동해 주식 매입에 사용된다. 현재 유동성 창출 동력은 제한적이다.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과거와는 달리 정부의 국채 발행으로 흡수된다. 지난 6개월간 국채 발행액은 전체 채권 발행액의 29.4%를 차지했다. 기업의 회사채 발생액은 전체 13.4%에 불과하다.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 활성화를 방해하고 있다. 더욱이, 중과세 정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할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 창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용거래도 문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급증해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신용거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향후 주가 조정 시에 주가 급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도체 D램 가격의 조정이 예상되고 정치 리스크도 불안 요인이다.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실물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줬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됐다. 예산만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 자산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정책 실패, 편 가르기 식 규제로 경제는 더 침체했다. 주가 상승만 믿고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서’(일명 ‘빚투’) 한몫 잡으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투기보다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