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교사가 “너를 성추행하고 男高로 쫓겨나겠다”

- 상습성희롱 도덕교사 벌금 700만원

수업 중 신체사진 보여주고
“돈 벌려면 몸 팔아야” 발언도
법원 “반성 없어” 유죄 선고

‘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여중생들에게 “은근히 남자를 밝힌다”며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도덕 교사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성적·정서적·신체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벌금 7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이 도덕 교사로 재직하던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시간 중에 3학년 여학생이 뒤에 앉은 남학생과 대화를 한다는 이유로 “너, 은근히 남자를 밝힌다”고 말하는 등 11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여자가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건 몸 파는 게 최고” “너를 성추행하고 남고로 쫓겨나겠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 앞에서 동료 여교사의 몸매를 손으로 표현하거나 자신의 신체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밖에도 김 씨는 “여자와 명태는 때려야 한다” “동성애자는 동물이나 아동과 섹스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하거나 여학생들의 외모를 상·중·하로 나누는 등 7회에 걸쳐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하고, 수업 중 나무 지휘봉으로 학생을 때려 멍이 들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나온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씨는 수업 시간에 속옷이 비치는 흰색 바지를 입고 들어와 “어때, 나 섹시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상황극을 짜서 학생들에게 각각 자신의 애인과 불륜녀 역할을 하라면서 “커피에 염산을 타서 (애인 역할 학생을) 죽일 것 같다”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생각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보다는 동료 교사의 선동으로 학생들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거나 수업 시간에 한 언행들이 확대·왜곡됐다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의 학부모는 “징역 등 무거운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죄가 인정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재연·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