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우울감 커져… ‘극단 선택’ 막을 치료 시스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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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자살예방의 날’…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코로나 등 마음건강에 영향
우울증 60%이상 자살 생각
단절된 독거노인·실업자 등
취약 계층 일수록 위험 가중
치료함께 사회적 도움 필요”

“우울증이 생기면 60% 이상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중증 이상의 우울증은 10% 이상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 있어 주변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매년 9월 10일)인 10일 백종우(사진·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울은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현재는 이들의 상태를 정신적 응급상황으로 간주하고 즉각적으로 치료받게 함으로써 자살과 같이 임박해 있는 위험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국민적인 우울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살 위험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 건강에 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코로나는 어떤 사회적 재난보다 광범위하게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백 센터장은 “코로나는 마치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 어딘지 아는 것처럼 공격한다”며 “코로나19는 현재 인류가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보이지 않는 적으로,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일수록 위험이 가중된다. 백 센터장은 “여러 현실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이 발병하면 절망해서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치료접근성이 낮아져 재발가능성이 높아진 환자들이나, 대인관계가 단절된 독거 노인, 실업자, 자영업자 등이 가장 취약할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해에 노인자살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일본에서도 동일본대지진 2년 후부터 자살이 늘었는데, 복구에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한 사람들 중심으로 우울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2∼3월에는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고 좋은 사람도 못 만나고 힘들다는 분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어려움이나 고립감을 호소하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며 “실제 확진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준이며, 기존에 치료받던 분들도 치료나 재활기관을 방문하지 못하면서 악화될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살문제를 단지 우울증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자살은 모든 사회적 문제의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게 백 센터장 설명이다. 자살원인은 대개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다만 우울증은 여러 스트레스로 마치 점이 되어 모든 연결이 끊어진 개인에게 최종적으로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우울증이 생기면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서비스도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울증 치료와 함께 사회적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하다. 지지 정신치료와 함께 효과적인 항우울제가 사용될 수 있고 최근에는 해외에서 자살사고를 가진 우울증 환자에 빠른 효과를 가진 새로운 약물도 개발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백 센터장은 “찾아가는 서비스와 함께 코로나 시기엔 비대면서비스로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접근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