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부를수 없는 그 이름… ‘아빠’ 대사 뭉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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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75만명 동원… 영화 ‘담보’ 출연 하지원

“아빠 나 데리러 와” 하는 장면
일찍 여읜 아버지 생각나게해

적은 출연분량에도 선뜻 합류
내 연기가 도움됐다면 만족해

사람냄새나는 이야기 끌리지만
이젠 악역도 할수 있을것 같아

“시나리오를 읽을 때 받은 느낌이 그대로 영화에 담긴 것 같아요.”

배우 하지원은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온기가 흐르는 가족극인 이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라고 입소문이 났다. 이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담보’는 추석 연휴 간 7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명절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9월 30일부터 닷새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뺏기지 않았다. 누적 관객은 82만1462명으로 같은 날 개봉된 ‘국제수사’와 ‘그린랜드’ 등을 눌렀다.

‘담보’는 ‘해운대’와 ‘1번가의 기적’ 등 하지원이 참여한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의 작품이다. 하지원을 섭외하기 위해 윤 감독은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교적 적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지원은 이 영화가 가진 가치와 윤 감독과의 의리로 참여를 결심했다.

“윤 감독님이 ‘아역이 등장하고, 영화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고 설명해주셨어요. 관객들이 ‘담보’를 더 진정성 있게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출연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분량은 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제 연기가 작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만족합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담보’의 한 장면.

‘담보’는 대안 가족을 보여준다. 담보로 어린 여자아이를 맡게 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종배(김희원)가 결국 그 아이를 키우며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원은 사채업자들에게 맡겨진 담보이자 그들의 딸로 성장하는 승이를 연기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하지원이었기에, 승이가 두석을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아빠’라고 불렀던 순간이 선명해요. 저 역시 승이처럼 아빠가 그립기도 해서 여러 부분이 뭉클했죠. 성장한 승이가 친아빠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두석의 사랑을 깨닫고 “아빠, 나 데리러 와”라고 하는데 그 장면은 가장 심적으로 흔들리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하지원은 유독 작품 안에서 불우한 환경을 딛고 곧게 성장하는 인물을 자주 연기했다. 하지원표(標) 악역 역시 보기 어려웠다. 태생적으로 착한 인물에게 끌리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지원은 “그런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향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더 재미있지 않겠느냐”며 우문현답을 내놨다.

“부모님은 곱게 키웠는데 자꾸 불우한 가정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역할을 맡으니 엄마가 ‘우리 딸이 왜…’라며 속상해하기도 하시죠. 재벌 2세 같은 역할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은 아닌데, 저도 모르게 서민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더 끌린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악역을 피하진 않아요. 지금도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맡는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전에는 악역 맡기를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