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식인들 “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는 스가의 일탈”

교수·영화감독 등 비판 성명
온라인서도 10만명이 “철회”
스가 “학문 자유와 무관” 고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일본학술회의(SCJ·일본 학자들의 대표 기관) 회원 임명 거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스가 총리의 출신 대학 총장부터 유명 영화감독까지 각계 지식인들이 연이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를 입을 모아 비판하고 나섰으며,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는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스가 총리는 “학문의 자유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내보였다.

6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떠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 등 22명의 영화인이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스가 총리의 조치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며 항의했다. 지난 3일 오전부터 온라인 사이트 ‘Change.org’에서 시작된 임명 거부 철회 요구 서명 운동에는 이날까지 도쿄(東京)대 사료편찬소 소속 교수들을 포함한 10만 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서명자 중 한 명인 후루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 니혼(日本)대 교수는 “전례 없는 학문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로, 사회에 헤아릴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가 총리의 출신 대학인 호세이(法政)대의 다나카 유코(田中優子) 총장은 개별 메시지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를 위반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면서 “학회에서 추천받은 인물은 거부하지 않는다는 과거 국회 답변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충분히 설명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군사 연구에 반대하는 연구자 모임인 군학(軍學)공동반대연락회도 긴급성명을 통해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오는 7~8일 양원 내각 위원회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등을 출석시켜 이 문제를 강하게 추궁할 방침인 야권은 임명이 거부된 인물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오카다 마사노리(岡田正則)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입헌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리가 일탈행위를 했다”고 발언했고, 오자와 류이치(小澤隆一) 도쿄지케이카이(東京慈惠會)의대 교수 역시 “학자가 위축되고 손타쿠(忖度·남의 마음을 헤아림)가 횡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스가 총리는 이날 관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조치가 학문의 자유 침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응수했다. 그는 임명이 거부된 6명 중 일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추진된 안보관련법 개정을 반대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일절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