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한다며 당원에 책임 떠넘긴 與지도부의 ‘無책임정치’

이낙연 “보선 후보 내는 건
유권자에 대한 공당의 책임”

당원들과 숙의 거치지 않고
결론 정해놓고 투표 강행해
‘당내 민주주의 위기’ 지적도

주호영 “비양심 86% 공표”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국민과의 약속’인 당헌을 뒤집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자 ‘책임 정치’가 손상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당원들과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투표라는 절차를 당헌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데 대해 반민주적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는 건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게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저희 당은 철저한 검증, 공정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천 제한 규정인 당헌 제96조 2항과 관련해 “정치는 결단하고 책임지고 선거로 평가받는 것을 본질로 하는 것인데 이를 과잉금지한 것”이라며 당헌 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와 관련해 지난 10월 31일부터 전날까지 진행한 전 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했는데 찬성률이 86.64%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내년 보궐선거 공천 결정이 ‘책임 정치’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책임 정치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당헌을 바꿀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당원들과 소통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했다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지도부가 자기반성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인데, 그 책임을 지도부가 지지 않고 당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책임을 무마한 것이고 책임 정치에서 오점을 남긴 것”이라며 절차적 숙의가 없었고, 정당성도 약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 이후에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중요한 현안에 대한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앞으로도 당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은 당 주인인 전 당원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원들의 비양심 86%가 국민에게 공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민주당원 모두가 나서서 당헌까지 뒤집고 후보자를 내며 피해자에게 ‘3차 가해’를 했다”며 “이제 유권자들이 이들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그것은 ‘4차 가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로써 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의 공당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는다”고 했다.

김수현·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