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탈원전 밀어붙인 권력에 칼날… 秋, 지휘권 발동하나

檢, 압수수색 인력 대거투입
윤석열式 ‘성역 없는 수사’

秋 “정치인 총장의 과잉수사”
지휘권 통해 제동 걸지 촉각

검찰이 6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 30여 명의 수사인력을 급파해 이틀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위법한 조작 사항 등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Go) 사인’에 의해 이뤄진 이번 수사에서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 문서조작 등이 사실로 밝혀지고 정부와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방검찰청은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경북 경주의 한수원 본사에 대해 이틀째 압수수색을 벌여 신속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전일 대전지검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발장을 접수한 지 14일 만에 기습적으로 정부세종청사 내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본사,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 10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수사인력을 동원한 적은 근래에 거의 없었다. 이번 원전 조기 폐쇄 의혹 수사는 윤 총장의 ‘성역 없는 수사’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현직 검사들은 “윤 총장의 뜻이 없다면 정권수사에 이처럼 대규모 인력이 신속히 투입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감사원은 지난달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산업부가 한수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 개입해 애초 회계법인이 제시한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낮췄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국장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청와대 보고자료 등 444개의 문서 파일을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압수수색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흐름에 따라 청와대로도 칼날이 겨눠지는 상황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전직 검찰 간부는 “이번 사건은 조직적 자료 조작과 은폐를 넘어 윗선에서 누가 개입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윗선의 지시로 조작이 이뤄졌다면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을 향해 고강도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추 장관은 “이번 수사는 청부수사”라며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려고 편파, 과잉수사를 하거나 청와대 압수수색을 수십 회(하는 등) 이런 것들이 상당히 민주적 시스템을 공격, 붕괴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추가 수사지휘권 또는 업무정지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해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