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부킹 대란… 골프장 눈앞 이익만 좇지말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가을의 여정 오색으로 물든 자연 속에 너도나도 가을 향기 속으로 깊어가는구나.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요즘 일부 대중골프장의 행태를 보면 말 그대로 가관이다. 마치 외환위기 사태 이전인 1990년대나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이전 골프장 때로 돌아간 듯하다. 그때는 부킹난으로 주말 200만 원, 주중 30만 원의 ‘웃돈’을 주고 살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단체팀엔 의무적으로 1인당 3만 원 내외의 식사를 강요했다. 그런데 요즘 국내 골프장 실정이 그때와 유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을 못 가고, 2030 골프 세대가 급증하면서 골프장은 지금 부킹 대란을 겪고 있다. 11월이 되고 점차 낮 길이가 짧아지면서 점입가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셈 빠른 대중골프장 상당수가 주말 30만 원대, 주중 20만 원대로 그린피를 슬그머니 올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캐디피와 카트 비용까지 덩달아 올렸고, 단체팀엔 1인당 5만 원 정도의 식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다. 지금 골프장 형상은 용이 하늘 끝까지 올라간 것과 다름없다. 이젠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어 후회할 일만 남은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겠다는 것인가. 갈택이어(竭澤而漁)로, 결국 얼마 못 가 고기는 씨가 마를 것이고 나머지 날들은 무엇으로 살려 하는가.

곧 후회할 일도 자명해 보인다. 요즘 같은 호황은 1년에서 길어야 3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소비자는 냉혹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소비자들이 어떤 골프장을 선택할지는 불 보듯 훤하다. 자칫 정부의 고갈되는 세수에 대중골프장이 새로운 타깃이 돼 세금 징수의 빌미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그간 회원제와 달리 연간 수억 원씩 받아 온 세금 우대가 사라질 수 있다. 수입이 있는데 세금을 걷지 않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대중골프장을 운영해 온 다른 골프장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세무조사나 세금을 더 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물질 우선주의는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비춰 경제적 성공은 행복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정의했다. 지나치게 이익만 좇다가는 바닥난 연못과 맞닥트리게 될 것이다. 이제 더는 골프장들이 자기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1, 2년 하다가 문 닫는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업 경영이 더 중요하다. 기업은 절대적 이익만이 아닌 공공성과 공익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한 채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은 안 된다. 요즘 조금씩 어긋나고 있는 골프장들이 위태롭다. 호남의 한 사찰에 가면 “뭘 채우러 오셨나. 다 비우고 가시게”라는 문구가 있다. 성시를 이루고 있는 골프장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채우려 하지 말고 비우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