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바이든 에너지 정책은 ‘脫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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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를 투자해 2035년까지 전력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의 민주당은 지난 8월 정강 정책을 수정해 “첨단 원전 등 모든 탄소 제로 기술을 활용해 전력 부문에서 탈(脫)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 일색인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과는 다르다.

그런데 여당의 이낙연 대표는 최근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이든의 에너지정책과 동일시하면서 “한국형 뉴딜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뜨악하다. 첨단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한 바이든 정책과 탈원전 정책이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 이는 부당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한전 적자, 전력요금 인상 압박, 기록적인 LNG 수입, 태양광의 과도한 보급에 따른 국토 훼손, 미성숙한 전력저장장치(ESS) 화재,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등 ‘힘 떨어진’ 에너지 전환정책을 미국 정책에 빌붙어서도 살려 보려는 발상으로 보인다.

지난 50년 동안 원전에 비판적이었던 미국의 민주당이 태양광·풍력만 가지고는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통해 원자력 동반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음을 알아야 한다. 영국도 2003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 Emission) 정책을 발표하면서 풍력 발전의 예비 발전원으로 원자력을 택했고, 그 정책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원자력 발전을 배제한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을 앞세워도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전남과 제주에서 발생하는 빈번한 출력 제한 조치가 재생에너지를 더 늘려선 안 된다는 걸 경고하지 않는가?

바이든이 원전의 계속운전을 금지했는가? 건설 중인 원전마저 중지시켰는가? 태양광과 풍력만 가지고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했는가? 그는 오히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를 강조한다. 국산화해 수출까지 하는 원전산업을 죽이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초창기에는 기후온난화 논의를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을 위험하다며 배제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유례없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원전은 탈탄소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책이 그렇고, 2003년 영국 블레어의 정책도 그렇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회의에서도 기후변화를 섭씨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원전의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IPCC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에서 모두 원전은 확대된다. 심지어 2010년 기준 501%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한국형 그린뉴딜의 바이든 정책에 빌붙기는 성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미국 원자력의 부활을 제1에너지 공약으로 제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을 수출하려는 것을 막고 웨스팅하우스의 수출을 밀고 있었다. 이제 원전 수출 전망은 나아질 것이다. 문 대통령도 지지한다고 한 만큼 원전 수출을 위한 제대로 된 범 부처 지원 조직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