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부 믿겠나”…‘신공항 뒤집기’에 국토부 내부 불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 부산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 항공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선거 위한 매표정치’ 비판

주호영 “월성폐쇄와 판박이
감사원에 감사 청구할 것”

“정부의 결정을 국민이 더 이상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계획 발표를 앞두고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17일 이같이 우려했다. 이 공무원은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이 정책을 두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순 있지만, 이미 상당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들여 결정을 내린 갈등 사안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번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서둘러 착공하지 않는 한 다음 정부에서 또 뒤집어지며 사업 자체가 표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권이 ‘승자 만능주의’에 취해 국익보다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매표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2022년 대선까지 활용할 수 있어 지역 유권자들을 ‘포퓰리즘’ 공약의 인질로 묶어두려는 의도까지 보인다고 비판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며 “국익보다는 당장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분배하는 행위는 사실상 매표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계획이 수면 위로 나오면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이 나눠지는 등 지역 간 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이유로 9조 원대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결정했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까지 뒤집었다. 한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와 판박이 아닌가 싶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 반드시 따져보는 단계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정철순·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