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폐지에 관가도 술렁…“정권 바뀔때마다 정책 뒤집는 나쁜 선례”

국토부 내부 “정책 신뢰 훼손”

4년 전 오랜 진통 끝에 결론 난 ‘김해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을 두고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투입해 내린 결정을 정치적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현 정부·여당 핵심인사들의 행위에 대해 세종 관료들도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7일 정부의 김해신공항 번복 결정에 대해 4년 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결정을 담당한 국토교통부 내부에선 ‘정책 신뢰 훼손’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미 확정된 정책을 뒤집는다면 국민이 정부의 결정을 믿고 따르겠느냐”며 걱정했다. 4년 전 결정 당시에도 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두고 영남 지역에서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겼고, ADPi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밀양과 가덕도보다 우수하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처럼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직접 경험했던 국토부 내부에서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의 재검증과 법제처의 유권해석 등을 번복의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항공 분야에선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에서 내린 결정을 뒤집기 위한 핑계밖엔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이 같은 갈등사안을 다루려고 하겠는가”라고 푸념했다.

관료들의 더 큰 걱정거리는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또다른 지역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정치권이 압박을 느끼도록 ‘떼쓰면 된다’는 억지가 다른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결정 번복에 대해서 다른 부처 관계자는 “세종정부청사 앞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지역 사업추진 혹은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어 집회·시위를 벌이는 단체들이 즐비하다”며 “이번 백지화 결정은 그들에게 정부가 용역연구 등을 통해 경제성·효용성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해 내린 결정도 정치논리로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