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에 그쳐도 처벌… ‘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논란 확산

법조계 “과잉금지 원칙 어긋나
세계인권선언에도 역행”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접경 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가운데 한·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헌 논란에 더해 한국이 가입한 자유권규약과 세계인권선언 등 국제규약에도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김여정 하명법’ ‘대북 저자세’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외통위에 따르면 2일 통과된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며, 미수에 그치는 경우에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북 전단을 날리려는 시도만 해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법조계에선 ‘과잉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자유권규약 및 세계인권선언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전단을 날리거나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자유권규약 위반 소지가 크다”며 “특히 이를 위반했을 때 징역형까지 처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베르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또한 전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정치·경제적 힘이 민주주의 제도와 인권 존중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냐”며 우려를 표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방한 이후 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며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에 앞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