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前 바둑 즐겼던 신라 공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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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왕족 여성 무덤에서
바둑돌 200여점 첫 출토
호화 장신구도 대거 발굴

1500여 년 전 신라 왕족 여성 무덤에서 바둑돌 200여 점이 나왔다. 그동안 바둑돌은 모두 남성 피장자 무덤에서만 출토돼 바둑이 남성 전유물로 인식돼왔으나, 그것을 깨는 새로운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왕족 여성이 착장한 금동관 등 호화 장신구도 무더기로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4년부터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에 대해 발굴 조사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금동관 1점, 금드리개와 금귀걸이 각 1쌍, 가슴걸이 1식, 금·은팔찌 12점, 금·은반지 10점, 은 허리띠 장식 1점 등 장신구를 지난달 한꺼번에 발굴했다. 장신구 조합과 재질 등으로 볼 때, 5세기경의 왕족 여성으로 추정된다. 키는 150㎝ 안팎으로 보이며, 약제를 짓는 약용 돌절구와 공이가 나온 것을 고려할 때 병약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부장품 상자에서 비단벌레 장식이 수십 점 나온 것이다. 이 장식은 신라 고분에서도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층 대형 고분에서만 출토된 바 있다. 무엇보다 바둑돌 200여 점이 부장된 토기군 사이에서 발견된 것이 주목된다. 흑색, 백색, 회색 바둑돌은 지름 1~2㎝, 두께 0.5㎝로 자연석을 그대로 채취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왕이 바둑을 즐겼을 정도로 신라에 바둑 문화가 퍼져 있었다는 ‘삼국사기’ 등의 기록을 입증하는 유물자료가 또 나온 것이다. 주보돈 전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피장자가 여성이라면 신라 바둑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당시 여성의 삶을 살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