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당한 국민의힘, 文대통령 공격수위 높여

주호영, 비대위서 “문재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집권 여당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겨냥해 공격 수위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0일 “국정폭주의 배후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다”며 “성난 민심이 촛불을 넘어 횃불로 타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소위 촛불정권이라는 문 정부가 이전 정부와 과연 뭐가 다른지, 오히려 더 심한 국정농단과 법치훼손이 자행되고, 그것도 전방위에 걸쳐 벌어지고 있진 않은지 묻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으로 부르며 비난을 쏟아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대한민국 헌정 파괴와 전체주의 독재국가로의 전환 시도가 점점 더 극성을 더해가고 있다”면서 “법사위 날치기 일방처리, 국민 생활과 국가 운영에 관계되는 중요한 법률들이 일방적으로 수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언론에 공개된 당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령’ 직함을 생략하고 이름만 거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략도, 야성도 없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끝까지 막겠다던 국민의힘은 법처리를 목전에 둔 10일까지도 뚜렷한 ‘저지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기력함을 드러내자 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마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는 평가다. 오후 9시부터 시작돼 3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4선 김기현 의원 단 한 명만 나선 것이다. 그간 장외투쟁에 다소 선을 그으며 “원내에서 거여(巨與)의 전횡을 낱낱이 알리겠다”고 외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대다수 의원이 구경꾼처럼 법안 강행 처리를 지켜보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자 역시 소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