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위헌 법률 제조기’ 전락한 1당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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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정기국회와 뒤이은 임시국회는 완전히 불법과 탈법과 여당 다수독재의 연속이다. 대통령의 ‘개혁 완수’ 한마디에 여당은 기습 돌격대로 변했다. 위헌적인 공수처법 개악안과 ‘5·18왜곡금지법’, 대북전단살포처벌법, 경제 규제 3법 등 많은 위헌적인 내용의 법률안을 야당과 협의도 없이 여당 단독으로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이는 헌법이 예정한 입법부가 아니다. 청와대 하명에 따르는 민주당의 법률 제조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서둘러 위헌 법률을 제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수처법의 개악이 그 핵심이다. 제20대 국회 말 정치적 중립성 보장장치라고 힘주어 홍보하던 야당의 인사 비토권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해서 검찰총장의 힘을 빼고 대통령 퇴임 후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속셈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는 것에 대비해 공수처 검사들의 임기를 차기 대통령 임기 말까지 7년으로 연장했다. 확실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할 거다. 그러나 늦어도 다음 국회에서 ‘공수처폐지법’이 최우선 처리 과제가 될 것이다.

‘5·18왜곡금지법’도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 법률이다. 6·25 남침,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등 지금까지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허무맹랑한 사실 왜곡을 방치하면서, 유독 ‘5·18’ 왜곡만 특별히 처벌하는 것을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북전단 살포금지 관련 법률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상 명백히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에게 눈과 귀가 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대북 전단(傳單) 살포가 왜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자유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런 법률을 만드는 우리나라를 유엔 등 서구 선진국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국제인권단체는 벌써 비판 성명을 냈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왜 북한 앞에만 서면 이렇게 한없이 비굴해지는가. 국민으로서 자존감을 크게 상하게 한다.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국가정보원법도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정원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그 막대한 국민 세금을 쓰겠다는 것인가.

민주당 법률 제조기가 양산한 위헌 법률은 하루속히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해서 무효화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처럼 법률 제조기로 전락한 데는 사실 헌재의 책임이 크다. 국회의 위법적인 법안 처리가 헌재에 제소될 때마다 국회의 ‘입법자율권’을 이유로 늘 소극적인 결정을 해 왔기 때문이다. 입법자율권은 헌법상의 권한이지만, 헌법의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는 국회의 권한이다. 여야의 타협과 절충, 소수의 보호를 망각한 다수결원리가 다수의 독재로 변질된 것은 자율권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하물며 위헌적인 법률을 무더기로 제조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을 어떻게 자율권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나서야 한다. 너무 긴 침묵은 헌법 수호를 위해 설치된 헌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는 검사징계법과 공수처법의 위헌심판 사건부터 조속히 결정해서 이 반복되는 위헌 사태에 강력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