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해외 광물자원 적폐몰이, 매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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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MB정부 자원외교 상징 탓에
현 정부 적폐청산으로 꼽혔던
아르헨 리튬광산 노다지 변신

광물공사 보유 암바토비 광산
코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등도
국익 고려 없이 강제 매각 지시

해외 광물자원을 탐사·개발 및 매입하는 등의 ‘자원외교’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첨단기술을 동원한 탐지라고 해봐야 지질학적 통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샘플링 작업이 성공적이라 해도 정작 사업 단계에서 수익성이 낮은 경우도 허다하다. 국제정치와 경제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높은 실패 확률을 감안해 소요 자본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어야만 마지막 성취를 거둘 수 있는 분야다. 민간 기업이 앞에 나설 때 국가와 정부가 뒷배를 받쳐주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MB(이명박) 자원외교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공 사례도 있지만, 실패 사례도 많다. 문재인 정권이 이전 정부 자원외교를 총체적 적폐로 몰아붙일 수 있는 틈새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문 정부와 들숨과 날숨을 함께하는 MBC-TV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2018년 2월 27일 방송한 ‘MB 형제와 포스코 2부-백색 황금의 비밀’은 당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 남미 지역 리튬 탐사와 광산 매입 과정을 파헤치면서 반복된 실패를 꼬집거나 돈의 행방에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MB 정부는 당시 수많은 광물 자원 중 특히 리튬에 주목했다. 리튬이 4차 산업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백색 황금’이라는 이름으로 대접받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자원외교의 주역으로 남미를 동분서주했던 당사자가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었고, 그의 충실한 파트너가 국민기업 포스코의 최고경영자로 올라선 권오준이었으니 이보다 더 안성맞춤의 적폐 세력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PD수첩은 클로징 멘트를 통해 “계속해서 포스코를 주시하겠다”고 시청자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참혹한 실패라며 지탄받았던 포스코의 리튬 광산에서 최근 망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포스코에 따르면 2018년 개발권을 확보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소금호수의 리튬 매장량을 분석한 결과 애초에 추산한 220만t의 약 6배인 1350만t으로 최종 확인됐다. 전기차 약 3억7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리튬 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LG화학, 삼성SDL, SK이노베이션 등은 지금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받쳐주는 전제조건이 바로 리튬·니켈·흑연 등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코의 낭보는 리튬 시장에서 한국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이야기 아닌가.

리튬만이 아니다. 한국은 니켈에서도 남다른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역시 전략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암바토비에는 니켈 외에 값비싼 코발트도 매장돼 있다. 코발트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그런데 지금 이 광산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내몰려 시장 좌판대에 나와 있다. MB 정부의 무모한 해외자원 개발과 투자 탓에 광물공사가 자본잠식에 빠졌으니 해외에 보유 중인 광물 자원을 모두 매각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현 정부의 지시 때문이다. 니켈광산은 요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으나 문 정부는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광물공사는 알짜 구리광산인 ‘코브레 파나마’의 보유 지분도 상업생산을 불과 1년 앞두고 시장에 내놓은 처지다. 지난해에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국내 기업은 전무했고, 중국 등 외국 기업만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공사의 올해 부채는 6조9000억 원에 달하고 자본잠식 규모도 3조5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미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매각을 강요한다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 들어 만사의 정치화, 만물의 이념화가 도를 넘어서는 마당이다. 해외 광물자원 매각 지시 또한 ‘탈원전 집착’과 똑 닮은 형국이다. 선진국들은 저마다 지구 환경 보존과 관련, 원자력발전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원전 확대를 추구하는 마당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4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통해 발생하는 손해액만 102조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에 비하면 광물공사 부채는 충분히 짊어질 수 있는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