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 소득도 ‘양극화’… 곳곳서 어두운 단면 드러나

사회적 약자 감염위험 크고
저임금직종 휴직·실업 불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1년은 인류가 만들어낸 사회에 깊이 박혀 있던 ‘불평등’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냈다.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은 국가별·계층별로 매우 차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노년층·환자 등 취약 계층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줬다. 우리 사회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빈부 격차와 가정폭력, 정신건강 위기 등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K자형’ 경기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계층 간 격차가 심화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고임금·사무직 노동자는 재택근무가 가능해 타격을 받지 않았으나 저소득자·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실직, 무급 휴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필수 노동자’라는 신조어가 생겼지만 이들은 가장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음식·여가 서비스, 매장 판매 등 비필수·대면 접촉 성격이 강한 저숙련 업종 근로자들은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경제·사회·문화적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장기적 실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팬데믹 영향은 소득·계층에 따라 차별적인 셈으로,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17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인플루엔자A,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유행 후 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는 1.5% 가까이 올랐다.

각국의 봉쇄 조치로 외출이 금지되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도 급증했다. 배우자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실업 상태에 빠지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불안 등이 폭력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방역을 위해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아동폭력도 증가했다. 학교가 아이들의 이상징후를 포착해왔지만, 문을 닫으면서 감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 가디언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팬데믹 기간에 많은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