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 마스크 미지급·뒤늦은 전수조사… 국가시설 ‘초기방역 실패’

전국교정시설 확진자 837명
교도관 “지도력 부재의 결과”

서울동부구치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사태에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법무부와 방역 당국이 국가 관리시설의 초기 방역에조차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와 교정 당국이 ‘코로나19 비상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내용 자체가 부실했거나 아예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792명이다. 이 가운데 수용자(출소자 포함)가 771명이며, 구치소 직원이 21명이다. 전날 0시 기준 748명(직원 21명·수용자·출소자 727명)보다 23명이 증가했다. 수용자 771명 중 현재 동부구치소에 있는 수용자(출소자 포함)는 409명이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와 직원은 총 837명으로 전날보다 29명이 증가했다. 누적 사망자는 1명이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맞춰 앞서 비상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전·현직 교도관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한 직원(익명)은 “처음 겪는 일이라 매뉴얼도 없고 지도력 부재”라며 “이 모든 것의 총체적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동부구치소 현장점검에 뒤늦게 나섰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 만이다. 이날 추 장관은 동부구치소에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신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에 마스크를 매일 보급하려면 하루 5000만~9800만 원이 들어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전수조사가 늦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송파구에 책임을 떠넘겼고, 이에 서울시 등은 법무부 주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교정시설 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해 1000만 원 이하 벌금 수배자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번 지시는 신규 수용자 중 벌금 미납으로 인한 노역장 유치자가 차지하는 비율(약 20%), 교정시설의 추가 수용 여력 등을 고려해 교정 당국과 협의해 결정됐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