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사태는… 오염물 거르는 활성탄지서 발생

정수장 ‘여과기능 고도화’ 확충나서

‘수돗물 유충 사태’는 2020년 7월 인천에서 최초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접수된 것을 시작으로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등 전국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서울·부산·제주에서까지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전국적인 사건으로 확대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이 수돗물 유충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당시 시민들은 “생수로 샤워를 하고 있다”며 불안감에 떨었지만, 환경당국은 당시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음용은 자제해달라”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우리가 벌레 나오는 물을 마시게 생겼느냐”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충 발견 원인으로는 활성탄지와 정수장 관리 부실이 꼽혔다.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는 정수처리 시설인 활성탄지에 번식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특히 활성탄지 상층부를 밀폐하지 않아 깔따구 성충이 물웅덩이를 산란처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탄지란 활성탄에 흡착시켜 미량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에 이용되는 필터를 말한다. 기존 표준정수처리 공정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미량의 유기물질을 제거하는 게 목적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유충의 산란 원인이 된 셈이다. 활성탄지 세척 주기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일반적으로 깔따구가 알을 낳고 유충으로 성장하기까지 20∼30일이 걸리는데 활성탄지 세척 주기는 20일에 달해, 유충 발생을 막을 만한 여건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당국도 완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의 최종 결과 발표를 토대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광역정수장을 대상으로 정수장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유충 등 생물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정수장 시설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광역정수장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 도입에 착수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