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운전병에 3840만원 도둑맞은 문일섭 前국방차관… 군납 청탁 드러나 구속

■ 과거 유명인사 자택 절도사건

1997년 부잣집 전문 형제 털이범
전경련 발행 ‘재계인명록’ 입수
3개월간 수억원 훔쳐 호주 도피
공소시효 착각해 귀국했다 체포

지난해 부산 해운대경찰서장 관사에서 벌어진 절도사건 당시 도둑맞은 현금·황금 계급장을 둘러싼 ‘수상한 출처’ 논란과 관련해 경찰 간부들이 경찰청 본청 조사를 받으면서 이와 유사한 과거 유명 인사 자택 금품 털이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일섭 전 국방부 차관은 재직 시절인 2001년 3월 자택에서 운전병으로부터 3840만 원을 도둑맞아 거액에 대한 출처 의혹이 일었다. 검찰 조사 결과 문 전 차관은 국방부 획득실장으로 일하던 1998년 12월 말 군납 중개업자로부터 군납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는 등 그해 5월부터 2001년 3월까지 군납업체와 군납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모두 4100여 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기소됐으며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유명 인사 자택을 상대로 대범한 금품 털이 행각을 벌여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이른바 ‘대도’로 불린 조세형(83) 씨다. 조 씨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부유층과 고위 권력층 거주지만을 겨냥해 절도를 일삼았다. 그는 하룻밤 새 수억 원대 금품을 훔쳤고,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해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1982년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서 15년을 보낸 뒤 1998년 11월 출소했다. 이후 독실한 종교생활을 하며 ‘범죄예방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었으나 2005년 3월 서울 마포구의 한 치과의사 집에서 손목시계를 훔쳐 3년을 또 복역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비슷한 절도 행각을 벌였다. 조 씨는 2019년 6월 광진구의 다세대 주택을 털다 경찰에 붙잡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봉서 전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장관의 성북동 자택에서 금품을 훔쳐 달아난 정모(66) 씨는 과거 ‘부잣집 전문 형제 털이범’으로 이름을 날리다 덜미가 잡힌 케이스다. 그는 2011년 9월 27일 이 전 장관의 집에 들어가 귀금속 등 5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재계 유명 인사 집을 대낮에 침입한 점 등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을 근거로 정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으며, 도피 중인 그를 사건 발생 한 달 뒤 붙잡았다. 1997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행한 ‘한국인재계인명록’을 입수한 정 씨는 자신의 형과 함께 3개월간 성북동, 한남동 등 고급 주택가에서 재계 인사들의 집을 털어 수억 원대 금품을 훔쳤다. 이후 호주로 달아나 9년 동안 도피생활을 한 정 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착각해 2006년 귀국했다가 체포돼 복역 후 출소한 지 두 달여 만에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