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생산 유발 42조원·고용 효과 32만명”… “공사비만 100조원 타당성 없다”

- 경제성 보고서 천차만별

개통땐 韓·中·러 운송량 3276만t
연간 물류 영업익 2조원 분석도

北·中·러 철도 네트워크 연결
인프라 비용 포함땐 천문학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한일해저터널 건설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투입되는 비용과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각종 논란보다 대규모 토목공사에 얼마만큼의 예산이 들어가야 하고, 쏟아부은 돈 만큼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지가 관건이다. 오랜 기간 논쟁거리였던 한일해저터널에 대해 최근 전문가들은 가덕도 신공항 논쟁만큼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 연구로 국토연구원이 2019년 수행한 ‘혁신과 포용을 위한 국가교통망 구상 연구’ 보고서는 막대한 건설비용 확보 문제와 투입 대비 낮은 경제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 국가 간 정치, 외교적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건설에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2011년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한일해저터널 구상은 경제성 면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수행한 ‘통합철도망 구상 연구’ 최종 보고서에서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일본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고,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됐다. 건설비 조달도 비용 대비 효과 관점에서 위험부담이 높다고 분석됐다. 충분한 통행량 확보를 위해서는 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의 철도 네트워크와 연결될 필요가 있는데 북한 등 다른 나라의 철도 인프라 개선 비용까지 요구돼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 들어오면 경제적 편익이 적다는 반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00조 원대에 달하는 공사비, 선박 물동량의 감소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부산지역과 일본 측의 과거 연구는 대체로 건설에 긍정적 톤이 많다. 부산발전연구원 2009년 조사에 따르면 공사비용의 경우 터널의 단면 및 공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특히 지형·지질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측에서 파악했을 때 터널공사 비용은 총 100조∼200조 원까지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부산발전연구원에서는 대략 9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2008년)했다. ‘부산-쓰시마-이키-후쿠오카’로 이어지는 222.64㎞ 길이의 터널(C-1 노선)을 만들 경우, 해저터널 이용 수요는 연간 604만 명(2050년), 물동량은 27만5000∼58만7000TEU로 예상됐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가 42조3000억 원, 고용유발효과가 32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연구는 객관성이 확보된 자료보다는 주로 1994년 개통된 영국·프랑스 간 해저터널 사례를 참고한 게 대부분이다. 1983년 설립된 일본 측의 한일해저터널 추진단체인 ‘일한터널연구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터널 건설로 인해 한국은 54조 원, 일본은 88조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건설업으로만 한국은 13조 원, 일본은 18조 원의 혜택을 본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관광산업 발전, 물류비용 절감, 통일의 정치·경제적 여건 조성, 터널공사 기술력 확보 등을 이득으로 얻는다. 일본은 대륙 진출로 확보, 남북한·중국·유럽과의 교역 및 인적 교류 확대 등을 꾀할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조사 내용일 뿐,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일본 측의 편익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다른 일본 측 분석인 2018년 나가사키(長崎)신문에 실린 노다 순 야스시 세이난가쿠인(西南學院)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한일해저터널 개통 시 여객 수요를 제외한 연간 물류 영업이익만 2253억 엔(한화 기준 약 2조233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노다 교수는 2020년 착공해 2030년 개통을 가정했을 때, 일본을 오가는 한국·중국·러시아의 연간 화물 운송량이 3276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