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택정책 실패와 종부세 가렴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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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국토교통부가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19.08% 올리는 내용을 담은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지난 15일 공개했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지난해 28만 채에서 41만 채로 늘었다.

종부세는 부자 여부를 가르는 기준선이다. 종부세를 내는 공동주택 비율은 서울의 경우 6채 중 1채꼴이다. 서울 25개 구 중 23개 구에서 종부세를 낸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속출했다. 부자가 많아지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공시가격이란 요술 지팡이가 ‘벼락부자’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세금은 내는 쪽이 수긍해야 한다. 사례를 들면, 지난해 공시가격 13억7000만 원이던 주택이 올해 15억3000만 원으로 인상돼 보유세가 560만 원에서 85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당사자는 40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연금 수입 외엔 마땅한 수입이 없다. 주택 소유는 소비 행위로 그 자체가 소유자에게 소득을 가져다주지 않았는데도 평가 금액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증세(增稅)로 전가한 것으로 현대판 ‘가렴주구’다.

정부는 ‘집값이 많이 오른 가구가 보유세를 더 내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리고 전체 국민 중 종부세를 내는 가구는 소수(3.7%)라고 한다. 하지만 종부세 부과 대상이 소수라는 사실이 공시가격을 올리는 논거가 될 순 없다. 국가가 ‘부자로 분류했으니’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이는 ‘착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3년간 14%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줄기차게 강변해 온 정부가 공시가격을 1년 만에 19% 올린 건 어떻게 설명되는가. 고가 주택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도 13년째 그대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는 올해 공시가 시세 반영 비율 70.2%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대신 시가 반영 비율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 원을 돌파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은 없다.

세금을 내기 어려우면 집을 팔아야 한다. 팔려면 누군가 집을 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양도세를 내고 나면 집을 줄여야 해 매물(賣物)이 나오기 어렵다. 취득세율이 다락같이 높고 주택금융이 차단돼 주택을 구매하기도 어렵다. 사고팔기가 쉽지 않으면 시장은 질식한다.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인상된 세금은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주택 공시가격은 지역건강보험료 책정의 기준이기도 하다. 공시가격이 높아진 만큼 건강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시장과 싸우면서 집값 올린 건 정부인데, 유탄을 맞는 것은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정책 실패는 일상이 됐다. 그리고 세금은 국민을 고문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이 종부세라는 ‘양털 깎기’의 이상한 수단이 됐다. 부정의(不正義)가 법이 되면 국민의 저항은 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