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는 김정숙 여사에 ‘왜 북한에 벌벌 떠나, 나라 누가 지키나’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천자봉함·노적봉함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청자 여사가 경기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순직한 아들 고 민평기 상사의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폭침 아들 잃은 윤청자 여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서 “난 문재인 대통령 싫다”

지난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이냐’는 돌발질문을 한 윤청자 여사가 올해 행사에서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끌어안으려 하자 밀쳐내며 “왜 북한에 벌벌 떠나, 나라 누가 지키나”라며 쓴소리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천안함 폭침에서 희생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인 윤 여사는 지난달 26일 경기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자신을 포옹하려는 김 여사를 손으로 막고 밀어내면서 “난 문재인 대통령 싫다”고 말했다고 형 민광기 씨가 1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번째였다.

민 씨에 따르면 윤 여사는 김 여사에게 “뭐가 그리 무섭고 두려워 북한이 미사일 던진 것을 숨기나? 어제(25일)도 북한이 미사일 또 던졌잖나? 왜 그리 북한에 벌벌 떠나?”라고 한 뒤 “나라 누가 지키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민 씨는 “모두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라며 “나는 당시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김 여사는 듣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2함대사령부에서 처음으로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윤 여사는 김 여사와 옆자리에 앉게 됐다. 이와 관련, 민 씨는 “아침에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묘소를 참배하고 2함대사령부로 이동하는 도중에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전화 연락을 받았다”며 “기념식 몇 시간 전에 황 처장이 어머니께 ‘김 여사께서 윤 여사를 옆자리에 앉혀달라고 했으니 추모식에서 김 여사와 서로 손잡고 말씀 나누시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민 씨는 “황 처장 전화 받기 전까지 어머니와 저는 대통령 부부 참석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민 씨는 “어머니가 김 여사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은, 지난해 추모식 때 어머니가 대통령께 돌발질문을 한 일과 관련해 마련된 이벤트성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여사는 앞서 3월 초 고 민평기 씨의 모교인 부여고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윤 여사는 지난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 달라”며 돌발질문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윤 여사가 현 여권 일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군 소행이란 점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보고 거듭 불편한 뜻을 김 여사에게 전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