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돌아온 게 죄? 서해수호의날 쇼에 속은 내가 바보!”…천안함 생존자 전우회장의 울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이 페이스북에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 명의로 정부의 생존장병 명예훼손에 항의하는 내용의 자조적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준영(오른쪽)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를 최원일(왼쪽) 전 천안함 함장과 항의방문한 모습. 천안함 함장 772CO 블로거 캡처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예비역 전우회장 페이스북에 격정 토론
이성우 유족회장 “천안함 부활 기념식 때 감동했던 유족과 생존장병들 격앙”
靑 “천안함 용사들은 호국의 별, 이것이 문 대통령 진심” 해명

“살아 돌아온 게 죄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이 최근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사망조사위)의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둘러싸고 번복 발표 후 사과 없는 태도, 청와대와 국방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관련해 6일 SNS를 통해 울분을 토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한 전 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서해수호의 날 쇼에 속은 내가 바보다”는 글에서 “그날만큼은 진심인 줄 알고 정부에 감사했다. 천안함이 부활하는 영상을 보며 그 자리에서 펑펑 울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한심하고 부끄럽다”며 격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지난 3월 26일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겸 천안함 폭침 11주기 추모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 위로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천안함은 영웅들과 생존 장병들의 투혼을 담아 찬란하게 부활할 것”이라며 2023년 진수하는 신형 대구급 호위함 7번함의 함명을 ‘천안함’으로 명명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망조사위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재조사한 사실이 드러난 뒤 청와대와 국방부, 진상규명위의 사과 없는 무성의한 대응 과정을 지켜본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감동은 울분으로 바뀌었다.

전 회장은 “군사망조사위는 ‘절차상 문제없다. 고지의 의무는 없다’고, 청와대는 ‘군사망조사위는 독립기관이라 청와대가 터치할 수 없다’고, 국방부는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위임전결 처리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국방부, 군사망조사위에 항의하는 건,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가신 46명,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전우가 전우를 살린 58명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과뿐”이라고 밝혔다. 전 회장은 페이스북에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 명의로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라며 정부 부처와 기관의 천안함 생존장병 명예훼손에 항의하는 내용의 자조적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고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때 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께서 저와 최 전 함장에게 ‘유가족들의 아픔을 충분히 인지한다’며 위로의 말씀을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전에 직접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6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던 이 유족회장은 “하지만 현재 군사망조사위의 천안함 사건 조사 개시 결정으로 유족과 생존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유가족들과 생존장병들은 매우 격앙돼 있다”며 “청와대의 진심 어린 사과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재조사 문제를 두고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말에 “지난달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들을 향해 ‘저물지 않는 호국의 별’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장병들에 대한 보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며 “이게 바로 문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전 회장은 군사망조사위가 ‘천안함 좌초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진정을 받아들여 천안함사건 재조사를 결정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가 미쳤다.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유공자증 반납하고 패잔병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한 감정을 토로한 뒤 군사망조사위와 국방부를 최 전 함장과 함께 방문한 바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