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년간 ‘오염수 友軍’ 외교… 韓, 대책 없이 뒤늦은 항의만

日, 美·IAEA 등에 치밀한 설득
韓, 이슈 부각·공감대 형성 실패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 t을 방출하겠다는 방침을 확정·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의 총체적 외교 실패론이 대두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미 냉기류의 틈을 노려 2018년부터 2년 동안 치밀하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지를 확보해 가는 사이, 한국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이슈화에서 철저하게 패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추상적이고 실효성이 떨어져 2023년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더라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4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어떤 구체적 노력을 해왔는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정부 대응을 따지고 국회 차원의 대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확정 방침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란 분석이다. 일본의 발표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결정을 내리기 위해 투명한 노력을 해준 일본 정부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감대 확산과 이슈화에서 역부족이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대표단은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의 공론화를 시도한 바 있다. 그동안 IAEA에 방류 뒤 검증단이 꾸려질 경우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지만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대책이 피해 방지 요구 등 원론적인 데다 막상 방출이 시작되더라도 뾰족한 제재수단마저 없는 실정이다.

박수진·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