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면 북적… ‘2차 성지’ 한강·연트럴파크는 불야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말인 지난 토요일 24일 밤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2m 이상 거리두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돗자리를 깔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유정 기자

영업제한시간 이후 ‘2차 성지’
다닥다닥 붙어 먹고 마시고
5인이상 집합금지 어기기도
재확산되는데 경각심 흐려져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녁 늦게까지 야외에서 삼삼오오 모여 모임과 회식을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지역 야외 공원들은 밤 10시 이후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규제를 피해 젊은 청년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 ‘2차 성지’가 되고 있다.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방역지침 준수 및 행정단속 강화를 외치지만 국민의 코로나19 피로감이 한계에 달하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말인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8시쯤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나들이객은 맥주와 안주를 사기 위해 공원 내 편의점에 길게 줄을 지어 들어갔다.

‘록 페스티벌’을 연상하게 하는 인파에 방문객들 사이에선 “사람 진짜 많다. 이래도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시민들은 일부 벤치와 테이블의 ‘접근 금지, 착석금지’라고 쓰인 테이프 문구를 군데군데 무시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위반하고 5∼6명이 모여 술을 마시기도 했다.

술집이 몰린 홍대 밤거리는 이날 밤 10시가 되자마자 대규모 이동 행렬이 이어졌다.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선 인근 식당과 주점이 문을 닫고 있었지만 야외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2m 이상 거리두기·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수칙을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30㎝도 떨어지지 않은 채 붙어 앉았다.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최모(27) 씨는 “집에 가기 아쉬워서 2차를 하러 왔는데 조금만 있다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5) 씨는 “10시가 넘으면 인근 망원 한강공원이나 여의도 한강공원, 모텔을 잡아서 2차로 술을 마신다”고 전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노점을 열고 칵테일을 파는 A 씨는 “주말에는 밤늦게까지 영업한다”고 말했다. 닭꼬치를 파는 B 씨도 “손님들이 끊이질 않아 밤 12시까지 영업한다”고 밝혔다. 공원 내 배달음식을 주고받는 구역인 ‘배달존’에도 끊임없이 배달 오토바이가 드나들었다.

산책을 나온 이모(23) 씨는 “야외여서 괜찮을 줄 알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많아서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도 밤만 되면 연일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정단속 역시 유흥시설이나 음식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10시 이후 야외 모임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정유정·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