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부겸 후보, 총리 돼도 국정 기조 못 바꾸면 의미없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이 민심을 수습하고 정국 운영 기조를 재정비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 방향·정치 행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 방향도 제시하는 것이 첫째 임무다. 김 후보자는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인식의 일단을 보였다. “부동산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종합부동산세 유연한 접근”을 제시했고 “가상화폐를 방관했다”며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뺏는 ‘검수완박’은 “일부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문자폭탄도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가 “젊은층에 상처를 줬다”고 인정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은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인식이 모두 옳은 방향은 아니다. 임대차 3법이 정착됐고, 미·중 간 줄타기 외교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전·월세 현실과 국제 정세를 잘못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전반적으로 청와대·민주당 내 강경파와는 달리 국민 다수의 눈높이에 맞춰 정국을 보려 했다.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의 발언이 단지 청문회 통과를 위한 ‘립 서비스’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권의 정책·정치 기조에 반영돼야만 의미가 있다. 김 후보자는 임명동의가 통과 되면 청문회 발언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의지를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차량 압류 등 몇 가지 흠결이 있지만, 가장 의혹이 있는 것은 7일 이틀째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둘째 딸 가족의 라임 펀드 특혜 가입이다. 김 후보자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이던 2019년 4월 딸 가족이 가입한 펀드는 수수료·환매 등 계약 조건에 특혜성이 있고, 개설 시점도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직전이어서 로비 시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자는 원금 손실이 났고, 딸 가족 펀드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하지만, 가입 경위 등을 더 성실하게 밝혀야 한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사건을 검찰이 철저히 파헤치도록 하는 것도 김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되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