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경위서’ 법무부 PC서 발견… 박상기 ‘부당 수사개입’ 물증

■ 檢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증거 확보

曺 민정수석때 개입 정황 포착
2019년 3월·6월 통신기록 확인

향후 이성윤 재판서도 논란될 듯

검찰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2년 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에 개입했다고 의심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윗선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9년 3월부터 6월까지 크게 두 시점으로 나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통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수사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선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가 이뤄진 2019년 3월 22일 저녁 이광철(현 민정비서관)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조 전 수석이 전화를 주고받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출금에는 대검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 행정관의 연락을 받고 윤 검찰국장에게 연락했다. 이후 윤 검찰국장은 당시 봉욱 대검 차장검사에게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봉 전 차장검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 전 수석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통신기록을 다시 정식 절차를 밟아 확보했다.

같은 해 6월 안양지청 수사팀이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을 위해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하는 등 비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조 전 수석 개입을 의심케 하는 통신기록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에도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유학 목적)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를 해 달라”는 조 전 수석의 메시지가 윤 검찰국장을 거쳐 당시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달된 사실이 기재돼 향후 재판에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수석은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만 밝힐 뿐, 연락 사실 등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의 김 전 차관 관련 부당한 수사 개입 증거도 확보했다. 수사팀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등을 확인하면서 법무부 검찰국 소속 형사기획과 PC로 안양지청 수사팀이 작성한 경위서가 전송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경위서는 수사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과 관련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조사한 과정을 담은 것으로, 직속 기관인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지시해 작성됐다. 당시 수사팀은 최근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해당 경위서가 법무부 검찰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내밀한 수사 정보가 담긴 경위서가 박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면, 이는 장관의 부당한 수사 개입으로도 볼 수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어느 일선 검찰청 검사들이 법무부에 ‘경위서’를 제출하느냐”며 “장관에게 경위서가 전달됐다면 이것만으로도 부당한 수사 개입”이라고 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장관의 구체적인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해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토록 규정하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