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명 죽음만 남기고… 이·팔, 11일만에 조건없이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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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하마스 지도부 모두
유혈충돌로 정치적 이득 얻어
동예루살렘 문제는 변화 없어
언제든지 분쟁 재연될 가능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유혈 충돌을 벌인 지 11일 만인 21일 전격 휴전했다. 실각 위기에 놓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지도부는 모두 이번 사태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24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데다, 충돌의 불씨가 됐던 동예루살렘 문제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언제든 유혈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이날 오전 2시 공식 발효됐다. 이에 가자지구 거리에선 로켓포 대신 축포 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졌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숨어 있던 수많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전투 ‘승리’를 축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날인 20일 저녁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휴전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안보 내각은 만장일치로 군 당국과 정보기관 등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휴전은 상호 간에 조건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를 확인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벌인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이스라엘이 강경 진압한 것을 계기로 지난 10일부터 폭격과 로켓포 공격을 주고받았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아동 61명 포함 232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12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태로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측 모두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한 채 연합정부 협상이 진행되며 실각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일로 정치적 재기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마스도 ‘예루살렘의 수호자’로서의 강인한 이미지를 구축, 팔레스타인 내부 경쟁 세력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앞서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유혈 충돌은 열흘 만에 멈췄지만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 등 3대 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을 둘러싼 문제는 여전해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잔디 깎기’로 묘사돼온 것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잔디가 자랄 때마다 매번 깎듯이 하마스가 무기를 증강할 때마다 이스라엘이 이를 파괴하기 위해 공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결국 이번 사태로 사망자만 생겼을 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