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금융상품 인정해야 하나”… 금융위 내부서도 감독·규제 엇박자

주무부처가 어딘지도 불투명
3년넘게 대책 못찾아 비판 거세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최근 2주간 반 토막이 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관계부처는 어디가 주무부처인지를 놓고 계속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부처 내에서도 부서별로 목소리가 다르다. 2018년 가상화폐값 폭락 사태 이후 정부의 감독 기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음에도 3년 넘게 해법을 찾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가상화폐 주무부서로 지목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서도 가상화폐 감독 및 규제에 대한 견해 차이가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는 가상화폐 제도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핀테크와 P2P 금융 등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제도화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난맥상을 반영하듯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최고정책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는 ‘4년간 추진 정책의 성과 및 향후 과제’ 워크숍에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금융위가) 선제적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간에도 의견이 다르다. 지난 10일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에는 가상화폐를 놓고 벌어지는 부처 간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및 감독정책’을 통해 국내 핀테크 현황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를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국내 가상화폐 정책에 대해 ‘투기과열 진정, 금융거래 투명성 제고, 불법행위 차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정리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직접 규율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당국의 관리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위는 줄곧 가상화폐를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도 2018년 ‘암호자산과 중앙은행’이란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를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품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