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軍 급식·피복 ‘공급 문호 확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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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지난 4월, 육군 51사단 소속 병사의 ‘부실 급식’ 폭로 이후 장병들의 휴대전화를 통한 잇단 제보가 속출하는 와중에, 이번에는 부실 피복 문제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국방부와 각 군은 정책적 적실성이 높은 방안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국방부나 각 군이 장병들의 기호에 맞는 급식·피복을 제공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 정부 부처의 요구 및 보훈 관련 단체를 비롯한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급식·피복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 빠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부실 급식·피복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부대 차원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론 다음과 같은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부실 급식 문제는 급식비 인상만으론 해결이 어렵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식자재 운영과 메뉴 편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농·수·축산물 원품 위주 급식 운영에 치중하다 보니, 한식 이외의 분식·일품·빵류가 7%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에서 다양한 가공식품 맛을 경험한 장병들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식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농·수·축협 기반 지역특산물 식자재 조달 체계와 더불어 다른 민간 업체에도 조달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최소한 사단 차원에서라도 메뉴 운영이 가능토록 허용하고, 군 식당 운영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급식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군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과 처리 비용은 연간 8만1503t/79억 원(2017년 기준)에 이른다. 물론 급식의 질이 향상되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장병들의 생존성 보장 및 개인전투력 향상과 연계한 피복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불량 활동복·베레모는 ‘단순품질보증형(I형)’으로 분류돼 업체가 제시한 공인기관 성적만으로 납품되다 보니, 평가 때만 제대로 된 원단을 쓰고, 납품 시에는 부실한 원단을 써서 문제가 된 것이다. 업체들에 품질보증을 맡기다 보니 이런 편법 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젠 군도 군복제 규정에서 탈피해 임무와 전술상황에 기초한 민수용 피복 도입을 확대하고, 비용 절감 및 조달 기간 단축을 위해 상용품 채택을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한다. 사실 10억 원 이상 피복류 생산은 국내시장 보호 차원에서 ‘국내 직접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국내에 봉제회사를 갖고 있지 않은 대기업들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해외 생산이 가능하도록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면 대기업의 해외 현지 공장에서 저가 노동력으로 제작한 저비용·고품질 제품 도입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 브랜드를 부착해 회사의 명운을 걸고 품질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면서 시험평가기관을 업체가 선정하지 않고 소요 군이나 국방기술품질원이 무작위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안들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정부에서 군의 의식주 개선을 위한 강한 의지를 적정 예산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래야 국방부 및 각 군에서 급식·피복 문제와 관련된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