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인간은 ‘실내 종족’… 삶의 질, 건물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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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건물│조지프 앨런·존 매컴버 지음│이현주 옮김│머스트리드북

하루 90% 집·회사 등 실내생활
대기오염 물질 흡입 실외의 4배
환기 안되면 인지·주의력 저하

적절한 환기·유해물질 관리
건강 지키고 생산성 끌어올려
성과 최적화된 공간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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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도 몇 번씩 초미세먼지 특보를 접하게 되는 요즘, 호흡기 건강과 관련해 많은 사람의 상식을 흔들 만한 계산 결과가 제시됐다. 이 계산에서, 대기 오염물질 농도가 실외에서는 세제곱미터(㎥)당 20마이크로그램(㎍)인 데 비해 실내에서는 그 절반 수준인 10㎍／㎥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실외에 머무는 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실외 대기질 개선에 나서는 게 시급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빠트린 변수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24시간의 10% 정도인 2.4시간에 불과하다. 시간당 1000회 호흡(0.625㎥)한다고 가정하고 하루에 들이마시는 대기 오염물질 총량을 다시 계산하면 실외에서 30㎍, 실내에서 135㎍이 된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실내에서 실외에 머물 때보다 4배로 많은 오염물질을 흡입하는 셈이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 조지프 앨런과 경영대학원 교수 존 매컴버는 공동 집필한 ‘건강한 건물(원제 Healthy buildings)’에서 이처럼 단 하나의 질문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 “우리는 왜 90%를 무시하는가?”

실제로 실외 대기 오염에 대한 보도는 거의 매일 나오는 반면 실내 공기 오염을 다루는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가 실외 대기 오염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해선 건물을 설계할 때에만 반짝 관심을 기울일 뿐 일상적인 측정·관리를 강제하는 규제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미국 환경보호국 조사 결과 대다수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는 실내가 실외보다 10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외 오염물질이 실내로 침투할 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벤젠, 톨루엔, 에틸렌, 자일렌 등 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물 설계 시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외부 공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게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스프레이나 향초, 향기 나는 세제 등으로 공기를 정화하려 하지만, 이는 오염물질을 더 늘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저자들은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인류가 하루의 90%를 실내에서 보내는 ‘실내 종족’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집과 사무실, 학교 등 우리가 거주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휴식하는 실내 공간이 생산성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차고도 넘친다. 미국 뉴욕시에서 10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 성적을 조사해 보니 기온이 32도인 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23.5도일 때보다 14% 높았다. 다른 조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 검사를 해 보니, 환기가 잘 안 되는 교실에서 공부할 때 주의력이 5% 떨어졌다. 낮은 환기율과 습기 등은 모두 호흡기 증상 발병률과 결석률을 높였다. 직장인들을 시러큐스대에 마련된 가상 사무실에 6일간 출근시켜 일하게 한 뒤 퇴근 전 인지 검사를 했더니 환기율이 높고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이산화탄소 수치가 낮을 때 인지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건물을 만들고, 그 건물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저자들은 부동산 분야의 ‘3 - 30 - 300 법칙’을 동원해 기존 ‘친환경 건물 운동’에서 ‘건강한 건물 운동’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으로 3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건물 임차료로 30달러를, 인건비로 300달러를 지출한다는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을 높여 유틸리티 비용을 줄이는 ‘친환경 건물 운동’에 비해 건물 안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건강한 건물 운동’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최소한의 환기 규정을 지키는 단계를 넘어 인간의 건강과 성과에 최적화된 공간을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건강한 건물 전략이 훌륭한 사업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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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와 도시화, 자원 고갈,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거대한 변화는 ‘건강한 건물 운동’을 더 미루기 어렵게 한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현재의 70억 명에서 90억 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80%는 화석 연료에서 얻고, 그 에너지의 약 40%를 건물에서 소비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3분의 1 이상이 건물에서 배출된다.

환기 개선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이는 ‘건강한 건물 전략’이 확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센티브 분리’ 현상 때문이다. 건강한 건물의 혜택이 임차인에게만 돌아간다면 임대인들은 굳이 건물을 바꾸기 위해 돈을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해답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 이를 이끌어내는 현명한 리더십에 있다.

책은 환경과 보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위기의 실체나 위협의 강도, 파국의 임박성 등에 대한 끝없는 공방으로 빠져들지 않는다. 지금 당장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호소할 뿐이다. “공중보건의 세계와 경영의 세계가 악수”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408쪽, 1만8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