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처음들었다”고 답한 신한울 1호기 12번째 심사 6개월째

원자력안전위 28일 회의…원전사업계 “위원들 트집잡기 그만해야”

운영허가가 고의로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경북 울진군 신한울 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가 28일 다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한울 1호기 허가 문제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26일 “처음 들었다. 살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지역과 원전산업계에서는 “신한울 1호기와 2호기의 운영허가가 기존 계획보다 늦춰진 탓에 6조6000억 원대 피해가 발생했는데 위원들은 이제 트집 잡기를 그만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날 열린 원안위 제139회 회의 의제는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심의’ 보고다. 지난해 11월 보고가 시작된 이후 6개 동안 12번째 ‘보고’만 계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야당이 추천한 위원들(9명 중 1명 공석)은 지난 14일 138회 회의에서 위원들이 제기했던 항공기 충돌 가능성에 대한 대비 상황, 폭우·홍수 등과 관련한 우배수 설계 현황에 대해 해당 기관들의 답변을 듣는 자리로 전해졌다. 이날 보고를 받은 위원들은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논의를 향후 회의에서 심의의결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판단하게 된다. 운영허가 승인이 떨어질 경우 연료장전과 시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예상도 나오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진다면 허가가 계속 미뤄질 수 있다.

신한울 1호기와 관련해 일부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피동촉매형 수소재결합기(PAR)’가 안전한지, 미사일 공격·테러 같은 돌발상황에 신한울 1호기가 대처할 수 있는지다. PAR는 수소 폭발을 방지해주는 장치로 올 초 A사가 제작한 PAR에 대해 결함 의혹이 제기된 만큼 또 다른 회사인 B사가 만든 신한울 1호기 PAR에도 성능문제가 없는지 재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관련 기관들이 신한울 1호기 PAR 관련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지역사회와 원전산업계는 신한울 1호기 내 PAR의 결함이 드러나진 않은 만큼 검증은 하되, 검증기간이 최대 수십 주 걸리는 점을 고려해 운영허가 문제는 별개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 홍수 가능성 대비 지적 역시 이미 확정돼 있는 안전 설계 기준 충족이 아니라 기준 자체를 문제 삼아 트집 잡는 거란 지적이 나온다.

울진군은 신한울 1호기와 2호기의 운영허가 지연으로 공사비 인상 3조1355억 원 등 총 6조6000억 원대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울과 같은 노형으로 거의 동시에 건설이 시작된 우리나라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호기는 상업운전이 개시됐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규제라는 게 이미 만들어놓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를 준수하는지를 보는 건데, 법에서 정한 것 외에 이런저런 걸 해보라고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제왕적 행정”이라며 “미국의 경우 각각 위원들에게 법률가, 기술전문가, 행정전문가 등의 역할을 부여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